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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춘향가중 사랑가

무정애환 2010. 12. 23. 11:58

 

판소리 춘향가중 사랑가

 





 
官妓 '맹렬' 과 歌王 송흥록의 사랑 
           -글 : 김명곤- (전 문화관광부장관)

할일 없는 날이면 그가 붙어 산다는,
그의 Blog 에서 가져온 글인데 전직예우(?)차원에서
글에는 가급적 손을 안 대고 편집했습니다. ㅎㅎ 

 

      판소리는 처음 나타났을 때부터 서민들뿐만 아니라 양반들까지 포함해서 폭넓은 대중들로부터 열렬한 사랑을 받았습니다. 수많은 명창들 중에서도 명창 중의 명창으로 꼽히는 사람이 ‘가왕(歌王)' 송흥록입니다. ‘가왕’은 요즘의 ‘가수왕’과 같은 말입니다. '판소리의 중시조', '동편제의 비조' 등으로도 추앙 받는 송흥록 명창에게는 아주 재미있는 사랑 이야기가 전해 오고 있습니다. 송흥록은 1780년쯤에 지금의 전라북도 남원시 운봉읍 비전마을에서 태어나, 스무 살 무렵에 이미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명창으로 이름을 떨쳤습니다. 그래서 여기저기서 그의 노래를 들으려고 아우성이었답니다. 한번은 대구감영에서「춘향가」를 불렀는데, 모두들 그의 노래에 감동해서 감격어린 찬사가 쏟아졌습니다. 그런데 얼굴이 예쁘고 노래도 잘 부르고 춤도 잘 추기로 대구에서 가장 유명한 '맹렬'이란 기생만 아무런 말이 없었습니다. 송흥록은 그 기생을 눈 여겨 보았다가 이튿날 그녀의 집에 찾아 갔습니다. 술상을 앞에 놓고 방에 앉아 있으니, 한복을 예쁘게 차려 입은 맹렬이가 들어왔습니다. 맹 렬 : 무슨 일로 오셨나요? 송흥록 : 왜 어젯밤에 내 노래를 듣고 한마디 말이 없었소? 맹 렬 : 할 말이 없어서요. 송흥록 : 남의 노래를 듣고 할 말이 없다니 그런 말이 어디 있소? 맹 렬 : 꼭 말을 해야 하나요? 송흥록 : 꼭 듣고 싶소. 송흥록이 안달을 하며 보채니까 맹렬이가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맹 렬 : 송선생님이 명창은 명창이지만 아직도 부족한 대목이 있어요. 송흥록 : 그게 뭐요? 맹 렬 : 귀곡성이 많이 부족해요. ‘귀곡성(鬼哭聲)’은 춘향이가 옥에 갇혀 있는 어느 날 밤에, 비가 내리고 바람이 으스스 부니 온갖 귀신들이 나와서 춘향이에게 달려드는 대목에 나오는 귀신소리입니다. 송흥록 : 귀곡성 어떤 점이 부족하오? 맹 렬 : 그걸 제가 어찌 알아요? 어쨌든 선생님 소리는 귀신소리는 아니예요. 맹렬이는 매몰차게 말을 하고 송흥록을 떠나 보냈습니다. 송흥록은 그 길로 고향으로 돌아가서 노래 공부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는 귀곡성을 제대로 하려고 죽을 힘을 다해 연습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 웬 소년이 찾아왔습니다. 소 년 : 송명창님! 송흥록 : 이 밤중에 누구냐? 소 년 : 어떤 높은 어르신들이 송명창님을 모셔 오랍니다. 송흥록 : 왜 나를 찾느냐? 소 년 : 송명창님의 판소리를 듣고 싶으시답니다. 송흥록 : 그 분들이 계시는 곳이 어디냐? 소 년 : 저를 따라 오십시요. 송흥록은 소년을 따라서 대나무 숲이 우거진 어느 기와집에 갔습니다. 집안에는 수염이 하얀 노인 세 분이 갓을 쓰고 하얀 두루마기를 입고 앉아 있었습니다. 노 인 : 송명창 왔는가? 송흥록 : 예. 노 인 : 우리들이 심심해서 자네 노래를 듣고자 불렀네. 송흥록 : 어느 대목을 원하십니까? 노 인 :「춘향가」중 ‘옥중가’를 해보게. 송흥록은 높은 어르신들 앞이라 열심히 노래를 불렀습니다. 노래를 부르고 나니까 노인들이 말했습니다. 노 인 : 자네 노래가 다 좋은 데 귀곡성이 틀렸네. 송흥록 : 어떤 점이 틀렸습니까? 노인 : 가르쳐 줄 테니 따라 해보게. 송흥록은 노인들이 가르치는대로 따라 불렀습니다. 밤새도록 힘들게 노래 연습을 하고 났더니, 노인들이 그만하면 됐으니 술이나 한잔 하고 가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송흥록은 술을 몇 잔 얻어 마시고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날이 밝아 깨어보니 어느 무덤가에 누워 있지 않겠어요? 무덤가에서 밤새 연습하다가 그만 깜빡 잠이 들었던 겁니다. 그는 꿈속에서 노인들에게 배웠던 노래를 기억하여 그 유명한 ‘귀곡성’을 만들었습니다. 그 뒤에 다시 대구에 가서 판소리를 했습니다. 송흥록 명창은 노래를 하면서 맹렬이의 얼굴만 바라 봤습니다. 드디어 ‘귀곡성’을 하는 대목이 되었지요. 밤은 적적 깊었는데 사람 자취 고요하고 밤새 소리는 부웃 부웃 물소리는 주루루루루루루루루 도깨비는 휫휫 바람은 우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루 번개 천둥이 치고 궂은 비는 퍼붓는데 귀신들은 둘씩 셋씩 짝을 지어 이히이히이히이히이히 송흥록 명창은 온 힘을 다바쳐 ‘귀곡성’을 불렀습니다. 그러자 어디선가 으시시한 바람이 불어와서 촛불이 한꺼번에 꺼지고, 하늘 한쪽에서 귀신 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사람들은 깜짝 놀라 신이 들린 소리라고 소리치며 열광적으로 박수를 쳐댔습니다. 맹렬이도 넋을 잃은 사람처럼 송흥록의 입만 쳐다보고 무어라 하여야 좋을지 모르는 모양이었습니다.
      비전마을 송흥록 생가 앞에 서있는 송흥록의 동상.
          그날 밤, 맹렬이가 송흥록의 방에 찾아와 문을 두드렸습니다. 맹 렬 : 송명창님, 송명창님! 송흥록 : 누구요? 송흥록은 자다 말고 일어나 방문을 열었습니다. 맹렬이가 봇짐을 들고 방 밖에 서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송흥록 : 아니, 맹렬이 아니요? 맹 렬 : 선생님, 이제 진짜 명창이 되셨어요. 송흥록 : 모두가 그대 덕분이요. 맹 렬 : 그동안 저를 생각하셨나요? 송흥록 : 소리 공부하는 동안 그대 생각만 했소. 맹 렬 : 저도 그 동안 선생님 생각 뿐이었어요. 송흥록 : 고맙소. 맹 렬 : 우리 당장 떠나요. 송흥록 : 뭐요? 맹 렬 : 시간이 없어요. 어서 짐을 싸세요. 사랑에 눈이 먼 두 사람은 그날 밤으로 대구를 떠나 송흥록의 고향인 운봉으로 도망을 갔습니다. 예전에는 관청에 춤도 추고 악기도 연주하고 노래도 부르는 기생이 딸려 있었는데 그들을 ‘官妓’라고 불렀습니다. 관기는 마음대로 결혼할 수도 없고 허락 없이 그 곳을 떠나서도 안되는데, 관기였던 맹렬이는 죽음을 무릅쓰고 사랑하는 사람을 따라 도망 친 겁니다. 보기 드물게 정열이 넘치고 용기 있는 여성이었나 봅니다. 그런데 맹렬이란 이름만큼이나 성격이 불 같아 화를 잘 내고 질투심도 많아서 남편이 공연을 갔다가 돌아오는 날짜가 하루만 지나도 난리가 나는 것이었습니다. 한번은 진주에서 송흥록을 초청해서 스므 날쯤 갔다 올 예정으로 떠났는데, 여러 사고가 생겨서 이삼 일 늦게 되었답니다. 송흥록은 그 사연을 자세히 적어 사람을 시켜 편지를 전했습니다. 그런데 화가 난 맹렬이는 편지를 뜯어보지도 않고 봇짐을 싸가지고 집을 나갔습니다. 심부름꾼 : 송명창님! 심부름꾼이 허겁지겁 돌아와서 송명창을 불렀습니다. 송흥록 : 그래, 편지는 전했느냐? 심부름꾼 : 아이구, 말도 마십쇼. 송흥록 : 무슨 소리냐? 심부름꾼 : 제가 가니까 마침 짐을 들고 어디 가시려다가 저와 만났어요. 송흥록 : 그래서? 심부름꾼 : 송명창님 심부름으로 왔다고 하면서 늦으시는 사연을 이 편지에 적어 보냈습니다 하니까---- 송흥록 : 하니까--- 심부름꾼 : 그 놈의 거짓말 편지 읽으면 뭐해? 하면서 편지를 뜯어보지도 않으시고--- 송흥록 : 뜯어보지도 않았다구? 심부름꾼 : 다시는 나를 찾지 말라고 송명창에게 전하라고 하시고는 휭 하니 집을 나가시더라고요. 송흥록 : 아이구, 이거 큰일 났구나! 송흥록은 깜짝 놀라 모든 일을 다 제치고 집에 돌아갔습니다. 가보니 정말 맹렬이는 간 곳이 없고 빈집뿐이었습니다. 송흥록은 몇날며칠 맹렬이를 찾아 헤맨 끝에 진주고을을 다스리는 병사인 이경하를 모시는 수청기생이 되었다는 말을 듣고 진주로 갔습니다. 송흥록이 왔다는 말을 듣고 진주병사가 송흥록을 불러 들였습니다. 진주병사 : 네가 명창이라고? 송흥록 : 사람들이 그렇게 불러줍니다. 진주병사 : 그럼 나하고 내기를 해 보겠느냐? 송흥록 : 어떤 내기를---? 진주병사 : 내 앞에서 판소리를 하는데, 나를 한 번 웃게 하고 또 한 번 울게 하면 상을 줄 것이나, 만일 그렇지 못하면 너의 목숨을 바쳐라. 그제서야 송흥록은 맹렬이 병사에게 가르쳐 준 내기인 줄 알아챘습니다. 송흥록 : 그렇게 하겠습니다. 진주병사 : 그대신 소리는 수궁가를 하여라. 송흥록 : ‘수궁가를? 아이고, 큰일 났구나.’ 「수궁가」는 판소리 중에서도 울리고 웃기는 대목이 별로 없는 빡빡한 소리이니 송흥록은 속으로 걱정이 태산같았습니다. 드디어 소리판이 열렸습니다. 송흥록이 아무리 웃기려고 온갖 어리광을 다하여도 병사의 얼굴은 화가 난 듯 점점 굳어져만 갔습니다. 송흥록은 느닷없이 병사 앞으로 달려들어 “아저씨, 왜 안 웃으시오? 나를 죽이고 싶어 그러시오?” 했더니 병사가 '픽!' 하고 웃었습니다. 송흥록은 그것을 보고 “우리 아저씨가 웃기는 하였다마는 또 어떻게 우는 꼴을 보나” 하더니 토끼가 용궁에서 죽게 된 자기 신세를 한탄하며 통곡하는 대목을 불렀습니다. 어찌나 슬프게 부르던지 모든 사람들이 눈물바다를 이루었습니다. 병사도 슬픔을 참지 못해 돌아앉아서 슬쩍 수건을 눈에 대었습니다. 소리판을 마친 뒤 병사가 물었습니다. 진주병사 : 그래, 무슨 상을 원하느냐? 송흥록 : 맹렬이를 원하옵니다. 진주병사 : 맹렬이를? 병사가 맹렬이를 바라보자 맹렬이가 송흥록과의 관계를 숨김없이 말했습니다. 맘씨 좋은 병사는 껄껄 웃으면서 둘이서 다시 살게 해주었습니다. 이렇게 기구한 사연으로 재결합을 하였건만, 또다시 사랑싸움이 시작되는 것이었습니다. 인기스타인 송흥록이 여기저기 공연을 다니느라 수시로 집을 비우는 데다가 여성들의 인기도 한 몸에 받았을테니 맹렬이가 화낼만도 하지 않았나 추측해보지만, 두 사람 사이에 벌어진 사랑싸움의 진상은 알 길이 없습니다. 맹렬이도 한 성질하는 여성이었지만, 송흥록도 고집이 세고 자존심이 강한 성격이었나봅니다. 그러다보니 싸우는 일이 잦아지고 도저히 함께 살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큰 싸움을 한 끝에 맹렬이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소리치며 문을 박차고 나갔습니다. 송흥록은 바로 부아가서 화해를 하고 싶었지만 자존심 때문에 말은 못하고 속에서는 더욱 더 화가 나고 슬픔이 밀려들었습니다. 맹렬이와 영영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온갖 감정이 불길처럼 끓어올라 노래가 터져 나왔습니다. 맹렬아 맹렬아 맹렬아 맹렬아 네 이년 잘 가거라 날 버리고 네가 가면 내가 너를 잊을소냐 어쩌고 하면서 슬프고, 외롭고, 사랑스럽고 하는 온갖 감정을 노래로 불렀습니다. 맹렬이는 문밖에서 듣고 있다가, 그만 봇짐을 내던지고 다시 돌아와 부등켜안고 울면서 화해했답니다. 정말 멋진 사랑 이야기지요? 그 두 분이 백년해로 했는지, 언제 어떻게 이 세상을 떠났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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