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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슬은 guitar - 미련

무정애환 2011. 1. 7. 03:38

어떤 추억

 

몇일전 꿈을 꾸었다.

끝없는 벌판에 보리를 베어 눕혀 놓았는데 보릿대에서 윤기가 반들거리는 것이었다.

추수하는 꿈인데...한국 같았으면 로또라도 사놓는 것인데..

 

 

내가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다닐때 우리는 빈 도시락을 책보 옆구리에 달고 다녔다.

학교에서 점심시간에 강냉이 죽을 배급주기때문이다.

입천장이 델 정도로 뜨거운 강냉이 죽을 빨리 먹고는 한번 더 배급을 받는다.

 

학교 끝나고 집에 갈때 동구밖에 들어서면 동생들이 저만치서 보고 논두렁 길을 달려 온다.

그리고 각자 자기 형 도시락 통을 흔들어 보이는 것이다.

숟가락 소리가 나면 빈도시락이고 소리가 안나면 강냉이 죽이 들어 있는 거다.

식어빠진 강냉이 죽은 묵처럼 굳어 있다.

그래도 동생들은 맛있다고 먹는다.

강냉이 죽을 못타오는 날은 실망스런 동생의 얼굴을 차마 볼수가 없다.

 

4학년때 서울로 전학을 왔다.

서울 아이들은 강냉이 죽 대신에 구수한 냄새가 나는 옥수수빵을 먹고 있었다.

그들은 책보대신에 어깨에 가방을 메고 다녔다.

운동회때나 한번 신어 볼까말까 하는 운동화를 평일에도 신고 다녔다.

첫 등교하는 날 나의 까만 고무신을 아이들이 놀리며 내다 버렸다.

비를 맞으며 맨발로 집으로 돌아 온 기억이 난다.

나는 결코 울지 않았다.

 

나는 졸업할때까지 누구와도 어울리지를 못했다.

 

말도 하지 않았다.

분단별로 책읽기를 시킬때도 나는 안읽었다. 그냥 손바닥을 맞고 말았다.

 

비석놀이를 하던 앞마당이 그리웠다.

플라타나스 가로수 구간별로 가위 바위 보로 가방 들어주기 하던 친구가 보고 싶었다.

멍석에 누워 밤하늘 한복판을 흐르는 은하수가 보고 싶었다.

부뚜막위에서 귀뚜라미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고향은 추억이다. 고향은 내 마음이다.

 

가을날씨 같은 봄날...Atlanta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