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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노숙인의 詩

무정애환 2011. 1. 22. 14:50

어느 노숙인의 詩
※곧 들이닥칠 한 파, 이 추위와 주림과 삶에지친 분들을
†. 주님 어서 오시어 도와 주소서.
외롭고 소외된 분들과 함께하는 시기 되소서.

 

                          

      둥지를 잃은 집시에게는 찾아오는 밤이 두렵다. 타인이 보는 석양의 아름다움도 집시에게는 두려움의 그림자일 뿐…… 한때는 천방지축으로 일에 미쳐 하루해가 아쉬웠는데 모든 것 잃어버리고 사랑이란 이름의 띠로 매였던 피붙이들은 이산의 파편이 되어 가슴 저미는 회한을 안긴다. 굶어죽어도 얻어먹는 한술 밥은 결코 사양하겠노라 이를 깨물던 그 오기도 일곱 끼니의 굶주림 앞에 무너지고 무료급식소 대열에 서서…… 행여 아는 이 조우할까 조바심하며 날짜 지난 신문지로 얼굴 숨기며 아려오는 가슴을 안고 숟가락 들고 목이 메는 아픔으로 한 끼니를 만난다.
      그 많던 술친구도 그렇게도 갈 곳이 많았던 만남들도 인생을 강등당한 나에게 이제는 아무도 없다. 밤이 두려운 것은 어린아이만이 아니다. 50평생의 끝자리에서 잠자리를 걱정하며 석촌공원 긴 의자에 맥없이 앉으니 만감의 상념이 눈앞에서 춤을 춘다. 뒤엉킨 실타래처럼 난마의 세월들……

        깡소주를 벗 삼아 물마시듯 벌컥대고 수치심 잃어버린 육신을 아무데나 눕힌다. 빨랫줄 서너 발 철물점에 사서 청계산 소나무에 걸고 비겁의 생을 마감하자니 눈물을 찍어내는 지어미와 두 아이가 "안 돼, 아빠! 안 돼"한다.

      그래, 이제 다시 시작해야지 교만도 없고, 자랑도 없고 그저 주어진 생을 걸어가야지. 내달리다 넘어지지 말고 편하다고 주저앉지 말고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그날의 아름다움을 위해 걸어가야지…… 걸어가야지…… 얻어 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신이 은총이라 했습니다. 신에게 감사하십시오. 당신은 축복받은 인간입니다 고민하고 자책하기 전에 작은 것에서부터 손을 내밀어 잡고 일어서십시요 자신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어서 가족의 품에 돌아가십시요.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가족과 동거동락 하며 새로운 인생으로도전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