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삶의향기 ·····♣/영상 아름다운·고운시

어느 노인의 고백/이해인 詩/낙엽 철새

무정애환 2011. 1. 24. 13:55

  

 


    어느 노인의 고백

    이해인 詩

    하루 종일 창 밖을 내다보는 일이
    나의 일과가 되었습니다

    누가 오지 않아도 창이 있어 고맙고
    하늘도 구름도 바람도 벗이 됩니다

    내 지나온 날들을
    빨래처럼 꼭 짜서
    햇살에 널어두고 봅니다

    바람 속에 펄럭이는 희노애락이
    어느새 노을빛으로 물들어 있네요

    이왕이면 외로움도 눈부시도록
    가끔은 음악을 듣습니다

    이 세상을 떠나기 전
    내가 용서할 일도 용서받을 일도 참 많지만
    너무 조바심하거나 걱정하진 않기로 합니다

    죽음의 침묵은
    용서하고 용서받은 거라고 믿고 싶어요

    고요하게 고요하게
    하나의 노래처럼 한잎의 풀잎처럼
    사라질 수 있다면
    난 잊혀져도 행복할 거예요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느니라 "벧전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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