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세상을 떠난지 벌써 8년입니다.
신혼 때부터 남편은 밖으로만 돌았고
툭하면 온몸에 멍이 들도록 나를 때렸습니다.
둘째가 태어나도 달라지지 않던 남편은 언제부턴가
자꾸 숟가락을 놓치고 넘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정도가 심해져 진찰해 보니
"소뇌 위축증" 으로 운동능력 상실,
시력 장애 에 이어 끝내 사망에
이른다는 불치병 이었습니다.
병수발을 하며 생계를 잇기 위해
방이 딸린 가게를 얻었습니다.
남편의 몸은 점점 굳어 갔습니다.
그 와중에도 남편은 좋다는 약과 건강식품,
갖고 싶은 물건을 사오라고
고집 부려 내 속을 태웠습니다.
그렇게 8년을 앓다 "미안하다’
말 한마디 없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세월이 흘러 큰애가 군대 가던 날은
남편이 더 없이 원망스러웠습니다.
등록금이 없어 가게 된 군대였기 때문 이었습니다.
건강할 때는 술만 먹고,
아파서는 약 값과 병원비에,
죽어서는 아플 때 진 빚 갚느라 아들 등록금도
못 내고...
평생 짐만 주고 간 남편과
"영혼 이혼" 이라도 하고 싶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작은아이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집을 팔고 청주로 이사하게 되었습니다.
짐을 싸고 빠진 물건이 없나 살피다가 버리려고
모아 둔 책을 뒤적였습니다.
그 사이에 눈물 인지 침 인지 로 얼룩진 누런 종이에
쓰인 글을 발견했습니다.
![](https://t1.daumcdn.net/blogfile/fs13/20_blog_2008_08_29_10_56_48b757073fb2b?x-content-disposition=inline&filename=anigif완성.g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