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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졸업반 - 김인순

무정애환 2011. 1. 31. 14:57

 

 

 

여고졸업반 - 김인순
 
이 세상 모두 우리 꺼라면 이 세상 전부 사랑이라면 
날아 가고파 뛰어 들고파 하지만 우리는 여고 졸업반
*아무도 몰라 누구도 몰라 우리들의 숨은 이야기
뒤돌아 보면 그리운 시절 생각해 보면 아쉬운 시간

돌아 가고파 사랑 하고파 아 잊지 못 할 여고 졸업반

 

 

 
정갈한 사운드 속의 소녀의 노래들
대마초 파동으로 흉흉했던 1975년 12월에 인기가요 차트 정상을 차지한 곡은 "여고졸업반"(장제훈 작사·정민섭 작곡)이라는 곡이었다. "이 세상 모두 우리 꺼라면 / 이 세상 모두 사랑이라면 / 날아 가고파 뛰어 들고파 / 하지만 우린 여고 졸업반 / 아무도 몰라 누구도 몰라 / 우리들의 숨은 이야기 / 뒤돌아 보면 그리운 시절 / 생각해 보면 아쉬운 시간 / 돌아 가고파 사랑하고파 / 아아 잊지 못할 여고 졸업반"이라는 가사가 전부이고 형식도 단순한 곡이지만 워낙 히트한 곡이었기 때문에 마치 한 시절의 스냅 사진을 보는 듯한 곡이다. 주인공은 고(故) 김인순(1953~1981)이다.
"여고졸업반"에 대해서는 약간의 '고증'을 덧붙여야 한다. "여고졸업반"은 [Golden Folk Album Vol.12](오리엔트/신세계, SO-0055, 1975.7.26)에 수록되어 있다. 정상의 히트곡이 가수의 독집에 실리지 않았다는 점도 지금 관점에서는 특이하다. 물론 이 앨범에는 이 곡 외에도 "나는 열 아홉이어요"(이장희 작사·작곡), "소녀의 기도"(장제훈 작사·김인순 작곡)가 실려 있어서 김인순의 비중이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Golden Folk Album] 시리즈가 나현구(제작자), 이장희(작곡가·가수), 강근식(편곡자·연주자) 등의 이름과 불가분하다는 사실을 안다면 이 곡의 배경에 대해 '짐작'을 덧붙일 수 있을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김인순은 정미조("불꽃", "휘파람을 부세요"), 이성애("잠발라야"), 장미리("말 전해 다오") 등과 함께 나현구 사단을 대표하는 여가수 가운데 한 명이었다. 이들은 '포크송'이라기보다는 '팝 스타일의 가요'를 지향했고 그 결과 TV와도 친화적이었다.
하지만 지금 소개하는 음반은 1974년에 발매된 김인순의 독집 앨범이고 오리엔트가 아닌 애플에서 발매된 것이다. 그렇다면 김인순 역시 이장희, 송창식, 김세환, 4월과 5월 등과 마찬가지로 '애플(이종환 사단)로부터 오리엔트(나현구 사단)로 이적한 케이스'에 속할 것이다. 그녀를 후원한 인물이 이장희였음을 고려한다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다면 이 음반은 스타로 등극하기 이전에 발매한 시험작일 뿐일까? 물론 김인순의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가을밤"이 수록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판단은 잘못 짚은 것이다. 앨범을 발매할 무렵 김인순이 KBS 라디오의 [젊은이의 라디오] 그리고 1974년 TBC 라디오의 [팝송 다이얼]의 DJ를 맡았다는 사실을 추가한다면 그녀는 이미 '미디어 스타'였다.
김인순은 자작곡을 많이 부르는 가수는 아니기 때문에 이 음반은 '노래' 이전에 작곡과 편곡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먼저 작곡자의 이름을 살펴보면 이정선, 강태웅, 백순진(4월과 5월), 이수영(어니언스) 등이다(개별 곡의 작사가와 작곡가는 아래 수록곡에 표기에 두었다). 당시 '통기타 부대' 가운데서도 실력을 인정받은 인물들이다. 즉, "여고졸업반"을 비롯하여 김인순의 히트곡들인 "푸른 교실", "언니의 일기", "선생님 안녕히" 등 직업적 작곡가들이 '김인순을 위해 만들어 준 곡들'이 아니다. 그래서 김인순이 '만년 소녀'라는 이미지로 고정되면서 대중적인 곡을 부르기 전 젊고 실력 있는 작곡가들의 곡을 어떻게 소화해냈는가를 알 수 있다. 실제로 몇몇 곡들은 화성 진행이나 멜로디의 윤곽이 매우 '어려운' 곡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