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맞은 세딸의 연유"
어느 마을에 딸 셋이 있는 노부부가 있었다.
마침 좋은 혼처가 나타나 큰딸을 시집 보내게 되었다.
그런데 큰딸은 너무나 융통성이 없는 성격 때문에
자기 스스로 행동을 조신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첫날밤에 신랑과 한 방에 들었는데
신랑이 색시의 옷을 벗기려 하자 신부는 몸을 도사렸다.
"안돼요. 여자의 몸으로 남자 앞에서 옷을 벗을 수가 없어요."
신부가 완강히 고집을 하자 신랑이 달랬다.
"이제는 당당히 내외가 됐는데 그게 무슨 말이요?
그러지 말고 옷을 벗어요."
신부가 여전히 몸을 도사리고 옷을 벗지 않자
신랑이 달래다 못하여 급기야는 화까지 내게 됐다.
"왜 그러는 거요? 무슨 까닭이 있는 것 아니오?"
신랑은 화를 벌컥 내면서 신부의
옷을 벗기고 동침하자고 하였으나
여전히 신부는 꼼짝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튿날 보기 좋게 소박을 맞았다.
그 후 둘째딸이 또 혼인을 하게 되었다.
둘째 딸이 생각하기를 언니가
고지식하게 첫날 밤에 옷을 벗지
않았던 까닭에 당연하게 신랑이,
'눈이 맞은 다른 놈이 있거나 또는
이 혼인을 싫어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면서 소박을 하고 말았으니
둘째인 신부도 잘못하면
또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래서 크게 궁리하지 않으면 야단이라고 생각을 하였다.
대례를 끝내고 첫날밤을 치르기 위해서
신랑과 한 방에 들게 되었는데
언니가 처음부터 끝까지 옷을 벗지
않았던 일을 아는 까닭에
신랑이 있는 신방에 들어서자마자
신부는 두말도 하지 않고
촛불을 탁 끄고는 위에서 아랫도리까지 완전히
벗어 알몸이 되어버렸다.
이에 깜짝 놀란 신랑은 기겁을 했다.
'이는 필시 남자를 대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닌 것이 틀림없다.
남자를 대하는 데에 이력이 난 여자로
어떻게 처녀라 할 수 있는가?
아마 남자들을 상대로 희롱을 일삼던 여자가
틀림없으니 다 끝난 일이다.'
이렇게 생각한 신랑은 그만 그날 밤을 뜬눈으로 새우고는
다음날부터 소박을 했다.
노부부를 비롯해서 집 식구들의 걱정은 태산 같았다.
특히 걱정이 많은 것은 장차 혼인을 할 셋째 딸이었다
언니들이 신랑을 다루는 일에 있어서 지나치게 고집을 부려서
셋째 딸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좋을지 큰 걱정거리였다.
여러 가지로 머리를 앓고 있던 중에
셋째 딸의 혼처가 나서 혼인을 하게 되었다.
신랑이 색시 집으로 와서 초례를 치르고
동네 사람들이 모여 크게 잔치를 벌인
연후에 신방을 꾸미게 됐다.
셋째 딸이 생각하기를,
'옷을 안 벗어도 말썽, 옷을 시원하게
미리 벗어도 말썽,
참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니
무슨 묘책이 없단 말인가?'
색시가 이렇게 머리를 앓고 있다가 문득
아주 좋은 생각이 머리에 떠올랐다.
이윽고 밤이 되어 신방으로 꾸며 놓은
방에 신랑이 앉아있는데
어두워진 뒤에 신부가 방 앞에 나섰다.
그리고는 크게 물었다.
"저 서방님께 여쭙겠습니다.
내가 이제 방에 들어가겠는데,
옷은 벗고 들어가리까? 입고 들어가리까?"
깜짝 놀란 것은 신랑만이 아니었고 집의
온 식구들이 모두 놀랬다.
물론 더욱 소스라치게 놀란 것은
새신랑이었다.
너무나도 별안간에 당하는 일이라 신랑은
한참 동안을 멀거니 앉아서
입을 열지 못하다가 화닥닥 일어서서 옷을
입고 나오면서 말을 했다.
"옷 하나 벗는 것까지도 일일이 물어서 하는
저 따위 바보와 어찌 내가 평생을 산단 말인가?"
신랑의 집으로 달아나 버려서
결국 셋째 딸도 소박을 맞고 말았다.
ㅎㅎㅎ살면서 소박맞을 일은 없어야겠지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