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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명창 임방울 (죽어가는 애인을 가슴에 껴안고 ...)

무정애환 2011. 3. 27. 14:37

 
 

 

국창 임방울 (林芳蔚 1904∼1961.03.10)

본명 임승근. 판소리명창. 광주(光州) 광산(光山) 출생. 14세 때 박재현(朴載賢)으로부

터 《춘향가》 《흥보가》를 배웠고, 뒤에 유성준(劉成俊)으로부터 《수궁가》 《적

벽가》를 배웠다. 1928년 국창 송만갑(宋萬甲)의 권유로 상경하여 동양극장에서

무대를 가졌는데, 이때 《춘향가》 가운데 옥중가인 <쑥대머리>를 자신이 붙인 가

사로 불러 인기를 얻었고, 이를 계기로 많은 음반을 냈다. 1960년 원각사(圓覺社)에

서 《수궁가》 발표회를 가졌는데, 이때 녹음한 테이프를 복사하여 취입한 음반으로

 《수궁가》 《적벽가》 등이 전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이화중선(李花中仙)과 함

께 가장 인기 있는 명창.

 

창극이 성행하던 시절에도 판소리를 꿋꿋이 지킨 소리꾼으로서 창극을 외면하고 판

소리를 꿋꿋이 지킨 소리꾼으로서 특히‘쑥대머리’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

고의 소리꾼. 일제 시대 녹음한 소리가 아직도 전해짐.대동가극단에서 판소리 위주

로 활동하여 판소리 전통을 끝까지 고수하였다.

글: 국근섭 (담양주간신문 명예기자, 담양예술인협회)

 

임방울 명창은 을사보호 조약을 맺기 1년 전인 1904년에, 전남 광산군 수성마을에서

 아버지 임경학씨와 어머니 김나주씨의팔남매 중 여섯째로 태어났습니다. 그의 집안

은 세습 예술가 집안이었고, 본 이름은 승근인데 방울 같은 소리를 내며 크라고방울

이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그는 어릴 때 외삼촌이자 국창이라 불리던 서편제의 김창환 명창에게 기초를 닦았

고, 자라면서 여러 명창들에게 배운 뒤, 15세 무렵에는 동편제의 유성준 명창에게 소

리공부를 했습니다. 유성준 명창은 성질이 급하고 괴퍅해서 어린 임방울은 기다란

 담뱃대로 머리통을 수도 없이 얻어 맞았다고 합니다. 같이 공부하던 여자애들을 맨

발로 북 위에 한 시간씩 세워두기도 했다니, 제가 연기했던 「서편제」의 유봉보다

더 지독한 선생님이었나 봅니다.

 

임방울은 목소리가 맑고 청아하면서도 슬픈 느낌을 주고, 고음과 저음이 시원시원하

게 터져나오고, 어떠한 경우에도 목이 쉬지 않을 정도로 좋은 성대를 타고 났습니다.



그런데 변성기를 맞아 소리가 마음대로 나오지 않자 골방에 틀어박혀 문을 걸어 잠

그고 연습에 몰두했다고 합니다.

 
이 무렵의 임방울 명창에 대한 전설같은 이야기가 전해 옵니다.
그가 무덤가에서 하

루종일

 소리공부를 하는데 원하는 소리가 죽어도 안나오자 "마마(천연두)에 걸리면 목이 트

인다는데 마마나 걸려라!" 하고

 소원을 빌었더니 과연 천연두에 걸려서 소리가 트이고, 그 대신 얼굴이 얽었다는 것

입니다. 이 얘기는 '믿거나 말거나'입니다.

 


이처럼 소리 공부에 전력을 기울인 뒤, 그는 대명창이 되겠다는 청운의 꿈을 품고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그가 스물을 갓 넘은 1925년 9월, '조선명창연주회'가 매일신

보사 주최로 열렸습니다. 명창들의 노래를 듣기 위해 관객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습

니다. 먼저 그의 외삼촌인 김창환 명창과 당대 최고의 명창인 송만갑 명창, 이동백

 명창, 정정렬 명창들 이 특별출연으로 무대에 올라 소리를 했습니다.

 

그뒤를 이어 무릎 위로 올라간 짧은 검정 두루마기를 입고, 땅딸막한 키에, 약간 얽

은 데다가 별로 잘생기지 않은 얼굴의 임방울이 무대에 나타났습니다. 초라한 행색

의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하여 판소리 「춘향가」 중 <옥중가(獄中歌)>를 부르기 시

했습니다.

이 노래는 변사또의 수청을 거절하다 곤장을 맞고 옥에 갇힌 춘향이가 한양으로 떠

나 간 이몽룡을 그리워하며 부르는 노래입니다. 목에 칼을 쓰고 산발한 머리가 마치

 쑥대처럼 생겼

고, 얼굴은 창백하게 귀신처럼 생겼다고  해서 '쑥대머리 귀신형용'이란 충격적인 가사로 노래를 시작합니다.



이처럼 참혹한 지경에서도 일편단심 사랑하는 님을 간절하게 그리워하는 여인의 심

정이 너무도 절실하게 묘사된 명

 

곡입니다. 오페라로 치면 <남 몰래 흐르는 눈물>이나 <공주는 잠 못 이루고>와 같은

 대표적인 아리아인 것입니다.

 

 

속에서 바로 소리를 뽑아서 내는 통성에 약간 쉰듯 칼칼하게 터져나오는 수리성을

 섞어, 춘향이의

 

 비통처절한 심정을 애절하게 토해내는 임방울의 판소리는 단박에 청중을 휘어잡았

습니다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춘향이의 심정이 절망적인 시대의 정서와 어울어지면서 관객

들을 열광의 도

 

가니에 빠뜨렸습니다. 이 노래가 바로 불후의 명곡이 된 <쑥대머리>인 것입니다.


그 공연 이후 임방울은 하루 아침에 명창의 반열에 올랐고, 콜럼비아 레코드나 빅터

 레코드나 OK 레코드와 같은 유명 음반사가 앞다투어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의 출세작 <쑥대머리>가 실린 음반은 한반도와 만주와 일본까지 불티나게 팔려나

가, 각 음반사마다 120만장이라는 경이적인 판매기록을 세웠습니다. 



그후 1930년 전국명창대회에서 장원의 영광을 차지한 임방울은 본격적인 소리꾼으

로 나서서 전국

을 떠돌아다니며 공연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명성을 얻기 시작한 즈음, 광주의 기관

장들

이 환영파티를 열어 준 '송학원'이라는 요릿집에서 운명의 여인을 만나게 됩니다. 



임방울이 소년시절에 광주의 부잣집에서 고용살이를 했는데, 그 집에 동갑내기의 아

름다운 딸이 있었습니다. 소녀와 소년은 철부지의 뜨거운 사랑을 나누었습니다. 그러

나 소녀의 부모가 반대하는 통에 소년은 그 집을 떠나야 했고, 소녀는 어느 부잣

 아들에게 시집을 갔습니다.



그후 소녀의 결혼 생활은 실패로 끝났고, 광주에서 송학원이란 요릿집을 차리고 예

명을 김산호주로 지은 소녀는 광주 유지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여주인이 되어 있

었습니다. 바로 그 날, 그 자리에서, 명창이 되어 돌아 온 임방울과 여주인 김산호주

가 십여년도 훨씬 흐른 뒤에 해후를 한 겁니다. 그동안 서로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

던 두 연인은 곧바로 불같은 사랑을 불태웠습니다.


임방울은 2년 간 송학원의 내실에 숨어 살며 세상과 담을 쌓고 지냈습니다. 세상에

서는 임방울이 잠적했다는 소문이 무성했고, 전속계약을 한 OK 레코드 회사에서는

 그의 행방을 찾느라 혈안이 되었습니다. 미색이 빼어났던 김산호주는 천하명창 임

방울을 2년 동안 송학원의 내실에 숨겨 놓은 채, 사랑의 포로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임방울은 자신의 목소리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

토록 기름졌던 목소리가 탁해지고, 고음이 마음대로 나오지 않고, 소리를 조금만 질러도 땀이 뻘뻘 나

는 것이었습니다. 대경실색한 그는 어느 날, 산호주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지리산으로 떠나 종적을 감추었습니다. 그

는 지리산 토굴에 숨어 살 소리공부에 매달렸습니다. 

임방울의 행방을 알지 못한 채, 미칠듯한 그리움과 슬픔에 빠진 산호주는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습니다. 천지사방을  수소문한 끝에 간신히 임방울의 행방을 알아 낸 산

호주는 임방울이 소리공부를 하는 토굴 앞에서 만나기를 간청했습니다. 그러나 임방

울은 끝내 그녀를 만나주지 않았습니다.



깊은 절망에 빠져 집으로 돌아 온 산호주는 임방울을 애타게 그리다가 병이 깊어져,

 마침내 30세도 안된 꽃 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산호주의 소식을 듣

고 한걸음에 달려온 임방울은 죽어가는 애인을 가슴에 껴안고 슬피 울며 즉석에서

 자신의 비통한 마음을 노래로 만들어 불렀습니다. 그것이 바로 <추억>이라는 노래

입니다.

 

  추억


  (진양조) 앞산도 첩첩허고 뒷산도 첩첩헌디 혼(魂)은 어디로 행(向)하신가

  황천이 어디라고 그리 쉽게 가럇던가

  그리 쉽게 가럇거든 당초에 나오지를 말았거나 왔다가면 그저나 가지

  노던 터에다 값진 이름을 두고 가며

  동무에게 정을 두고 가서 가시는 님을 하직코 가셨지만

  세상에 있난 동무들은 백 년을 통곡헌들

  보러 올 줄을 어느 뉘가 알며

  천하를 죄다 외고 다닌들 어느 곳에서 만나 보리오
  무정허고 야속헌 사람아

  전생에 무슨 함의로 이 세상에 알게 되야서

  각도(各道) 각골 방방곡곡 다니던 일을 곽(槨)속에 들어도 나는 못 잊겄네

  원명이 그뿐이었던가

  이리 급작시리 황천객(黃天客)이 되얏는가

  무정허고 야속헌 사람아

  어데를 가고서 못 오는가
  (중모리) 보고지고 보고지고 임의 얼굴을 보고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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