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만났습니다.
상아 반 정호
당신의 짧은 메모처럼 멀고 먼 길을 돌아 이제 사 당신을 만났습니다.
그 작고 앙증맞은 모습은 어디로 가고
뾰족한 턱에 시대적 멋이라 하기에는 너무 슬퍼 보이는 모습에
눈 꼬리가 화장마저 처량하게 만든 모습
활짝 웃는 모습은 어릴 때의 그 모습이나 가슴에 묻힌
서러움은 감추지를 못하더군요.
부둥켜안고 반가워 눈가에 이슬이 맺힐 때에
긴 세월 속에 동병상련을 보았고
현실에 만족한 당신의 모습에서 미래를 내다보며
더 한층 마음을 비울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 옛날에는 그랬습니다.
나는 가난이 뚝뚝 흐르는 작은집에 얹혀사는 아이였고
당신은 부유한 집안의 흔히 말하는 고명딸이었으며
무엇 하나 부러울 것이 없는 집안의 아이였지만
지독히도 나를 좋아했고 어떤 날은 학교마저 안가면서
돌담 밑에 숨어서 남몰래 나 와 놀아주던 당신이었습니다.
얼마나 사람을 좋아하면 학교도 안가고 놀았을까 하고 살면서
많은 날 생각을 해 보았지만
그때의 어린 나로서는 정말 몰랐습니다.
코흘리개 두 살의 차이가 얼마나 큰 차이였는지를.
우리는 무엇을 알아서가 아닌 순수한 마음의 어린아이였지만
마치 전생의 부부처럼 그렇게 좋아했다는 것을 나이가 든
지금에서야 깨닫습니다.
수개성상을 혜이면서 그 많은 날들을 고향을 갈 때마다
눈앞에 맴도는 사람은 오로지 당신뿐이었습니다
지금 만나서는 어릴 때처럼 차마 당신의 이름을 부를
수가 없었습니다.
당신은 연상의 여인이기 때문입니다.
무어라 부르기 전에 이산가족을 만난 듯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희미하게 젖어오는 안경너머로 부옇게
보이는 모습은 그 토록 그리던 당신이 아니었습니다.
당신의 말처럼 얼마나 먼 시간을 돌아 우리는 만났나요.
내가 당신을 그리워 한 만큼 당신도 나를 그리워했음을 알고
옆자리에 누군가 없었다면 아마도
당신의 입술에 뜨거운 입맞춤을 할 뻔했습니다.
사랑의 감정보다는 그리움과 회한(悔恨)의 세월을 원망하는 어른의
마음에서 그러했을 겁니다.
이제 당신을 만나 이별의 아픔을 잊어버리는 때가 온듯합니다.
행복을 찾았다 하기엔 쌓아올린 세월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지만 당신을 그리움으로 채운 체
남은 세월을 사느니 이렇게라도 만남이 오히려 붉은 피가 잘 도는
활력이 되는 듯합니다.
당신의 말처럼 가슴에 묻혔던 모던 것이 사그리 내려가서
맑은 물의 고요가 보이는 듯합니다.
정말 나는 당신을 사랑했나봅니다.
당신도 그러한 마음은 있어 추호의 부끄럼이 없다는 것이 어쩌면
우리는 마음으로 사랑한 결실의 훈장이 아닐는지요.
때늦은 로미오와 줄리엣도 아니고 성춘향과 이몽룡도 아닙니다.
다만 당신과 나의 사랑일 뿐입니다.
이제는 죽음이 갈라놓기 전까지는 영원히 이별은 없을 겁니다.
사랑합니다.
※이 글은 읽는이의 가슴에 바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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