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삶의향기 ·····♣/고은하 시낭송

아버지의 지게 / 토담 박두열 (낭송:고은하)

무정애환 2011. 6. 15. 23:49

 

 

아버지의 지게 / 토담 박두열   (낭송:고은하)

헛간 한 켠 
삶의 무게 간신히 내려놓고  
또 다른 짊을 기다리고 있다 
내가 타고 왔던 당신어깨 
자식위해 모든 업을 짊어지고 
걸어왔던 가달썩 길 
그 길을 이제 내가 걷고자 합니다 
보릿고개 가파른 길 
턱밑까지 숨이 차도 
한 숨조차 돌리지 못하시고 
우마차 수례바퀴처럼 
삐꺼덕 거리는 몸 
막걸리 한사발로   
노을은 붉게 물들고 
어느 자식이 지게 작대기 대신해주지 못했습니다 
단 한번 이라도 
지게 작대기 대신 했더라면 
지겟등태는 닳아  
                                 어깨 등이 핏자죽으로 물들지 않았을걸                                         
지겟다리는 당신의 손때로 반질거리고 
냉기 솟는 등태에 체온으로 채워 
이른 새벽 아무도 밞지 않은 
눈 위에 선명하게 발자국 찍어 
내가 가야 할 길을 잃어 버리지 않게 
고스란히 남겨둔 당신 
이런 당신을 뒤로 한 체 
내새끼만 지고 가는 것을 당연시해도  
한 마디 원망과 서운함 없이  
가난으로 대물림 하지 않으려는 당신 
불혹이 넘어서야 
조금이나마 마음을 헤아려 봅니다 
이제 다 헤진 발채 
당신에게 배운 대로 고쳐 
당신의 한없는 사랑  
빠짐없이 다 실어 전해 주겠습니다 
차가운 냉기만 남겨진 지게 
무엇으로 채워야만 
당신의 온기가 돌까요 
끝까지 눈물 잔으로 채워 
당신께 올릴까봐 너무나 두렵습니다. 
아버지!  
아버지! 
사랑하는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