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지게 / 토담 박두열 (낭송:고은하)
헛간 한 켠
삶의 무게 간신히 내려놓고
또 다른 짊을 기다리고 있다
내가 타고 왔던 당신어깨
자식위해 모든 업을 짊어지고
걸어왔던 가달썩 길
그 길을 이제 내가 걷고자 합니다
보릿고개 가파른 길
턱밑까지 숨이 차도
한 숨조차 돌리지 못하시고
우마차 수례바퀴처럼
삐꺼덕 거리는 몸
막걸리 한사발로
노을은 붉게 물들고
어느 자식이 지게 작대기 대신해주지 못했습니다
단 한번 이라도
지게 작대기 대신 했더라면
지겟등태는 닳아
어깨 등이 핏자죽으로 물들지 않았을걸
지겟다리는 당신의 손때로 반질거리고
냉기 솟는 등태에 체온으로 채워
이른 새벽 아무도 밞지 않은
눈 위에 선명하게 발자국 찍어
내가 가야 할 길을 잃어 버리지 않게
고스란히 남겨둔 당신
이런 당신을 뒤로 한 체
내새끼만 지고 가는 것을 당연시해도
한 마디 원망과 서운함 없이
가난으로 대물림 하지 않으려는 당신
불혹이 넘어서야
조금이나마 마음을 헤아려 봅니다
이제 다 헤진 발채
당신에게 배운 대로 고쳐
당신의 한없는 사랑
빠짐없이 다 실어 전해 주겠습니다
차가운 냉기만 남겨진 지게
무엇으로 채워야만
당신의 온기가 돌까요
끝까지 눈물 잔으로 채워
당신께 올릴까봐 너무나 두렵습니다.
아버지!
아버지!
사랑하는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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