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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을넘어서 / 시: 서로가 길이 되어가는 것

무정애환 2011. 7. 12. 18:28

 

 

               
               
 

      서로가 길이 되어가는 것 / 박노해
 
 
 
 
 
 
 
 
 
 
     올곧게 뻗은 나무들보다는 
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습니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보다는 
휘청 굽이친 강줄기가 더 정답습니다.
     일직선으로 뚫린 바른 길 보다는 
산따라 물따라 가는 길이 더 아름답습니다.
     곧은 길 끊어져 없다고 주저앉지 마십시오 
돌아서지 마십시오
삶은 가는 것입니다 그래도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
곧은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빛나는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면
환해져 오는 길 서둘지 말고 가는 것입니다.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생을 두고 끝까지 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