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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시장

무정애환 2011. 7. 22. 14:01

 

 

 

 

 

인력시장                 

                     東山 / 金一洙

 

 

삶에 지친 사람들이 모이는 인력시장,

가끔은 그들이 세상 시름 다 내려놓고

나무 그늘서 쉬는 것을 보면 좋겠다.

풀을 베고 나면 마른 풀 냄새가 나고

꽃이 피면 향기가 나듯 그들에게도

삶의 향기가 났으면 좋겠다.

집 앞 골목길을 걸으면 하루의 일상을

저녁노을에 접어 날리고

빈 하늘을 바라보는 뒷모습이

쓸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힘겨움과 애잔함으로 소외된

안쓰러움의 존재가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싶은 술 한 잔이

심층 가장 깊은 곳에 스며들어

비로소 고뇌를 떨어낼 수 있을 때,

은사시나무가 물 흐르는 소리를 내고

나뭇잎은 부르튼 바람의 발바닥을

어루만지며 위로하는 소리를 들으면 좋겠다.

그렇다.

인력시장에 가면 삭막한 회색 콘크리트에

무거운 몸뚱어리를 끌고 가는 소리가 들리고

지상에 마지막 남기려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대 사랑하는 이 세상에

당신의 마음 소리가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