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삶의향기 ·····♣/고은하 시낭송

가을상처/문정희* / 시낭송/고은하

무정애환 2011. 8. 26. 16:53
 

*가을상처/문정희*

                                   시낭송/고은하

빙초산을 뿌리며 가을이 달려들었다
사람들은 다리를 건너며 저 아래
강이 흐른다고 하지만
흘러서 어디로 갔을까
다리 아랜 언제나 강이 있었다

너를 사랑해! 한 여름 폭양 아래 핀
붉은 꽃들처럼 서로 피눈물 흘렸는데
그 사랑 흘러서 어디로 갔을까

사랑은 내 심장 속에 있다가
슬며시 사라졌다
너와 나 사이에 놓인 다리에는
지금 아무것도 없다

상처가 쑤시어 약을 발라주려고 했지만
내 상처에 맞는 약 또한 세상에는 없었다

나의 몸은 가을날 범종처럼 무르익어
바람이 조금만 두드려도 은은한 슬픔을 울었다
빙초산을 뿌리며 가을이 달려들었다
다리 아랜 여전히 강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