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음악산책 ···♣/♬민중 음악

철망 앞에서 - 김민기

무정애환 2011. 9. 11. 03:24

철망 앞에서 - 김민기
김민기2 : 새벽길 / 철망앞에서 (1993)
김민기 1951년 03월 31일생
Track Side B.1 - 철망 앞에서
 
철망앞에서
(작사:김민기 작곡:김민기 편곡:조동익)
내 맘에 흐르는 시냇물 미움의 골짜기로
물살을 가르는 물고기떼 물위로 차 오르네
냇물은 흐르네 철망을 헤집고
싱그런 꿈들을 품에 안고 흘러 구비쳐 가네
 
저 건너 들에 핀 풀꽃들 꽃내움도 향긋해
거기 서 있는 그대 숨소리 들리는 듯도해
이렇게 가까이에 이렇게 나뉘어서
힘없이 서 있는 녹슨 철조망을 쳐다만 보네
이렇게 가까이에 이렇게 나뉘어서
힘없이 서 있는 녹슨 철조망을 쳐다만 보네
빗방울이 떨어지려나 들어봐 저 소리
아이들이 울고 서 있어 먹구름도 밀려와
자 총을 내리고 두 손 마주 잡고
힘없이 서 있는 녹슨 철조망을 걷어버려요
자 총을 내려~ 두 손 마주 잡고
힘없이 서 있는 녹슨 철조망을 걷어버려요
저위를 좀봐 하늘을 나는 새 철조망 너머로
꽁지 끝을 따라 무지개 네 마음이 오는 길
새들은 나르게 냇물도 흐르게
풀벌레 오가고 바람은 흐르고 맘도 흐르게
자 총을 내려~ 두 손 마주 잡고
힘없이 서 있는 녹슨 철조망을 걷어버려요
녹슬은 철망을 거두고 마음껏 흘러서 가게
자 총을 내려~
철망앞에서
김민기 걸작 10년 만에 ‘리바이벌’
2000년 6월 셋째주. 세계의 화제는 단연 남북정상회담이었다. 때맞춰 해방공간 때 안석주-안병원 부자에 의해 만들어진 ‘우리의 소원’이 마치 남북 양쪽의 국가처럼 울려 퍼졌다.
하지만 철저히 반공적 관점에서 만든 국책성 노래를 제외하면 분단과 통일을 노래한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우선 분단이 확정된 1949년 당대의 톱 작곡가인 박시춘과 정상의 가수 남인수 콤비로 이루어진 ‘가거라 삼팔선’이 떠오르고, 가까이는 포크록 뮤지션 강산에의 출세작이자 분단을 가슴 저미는 서정성으로 구현한 ‘…라구요’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어 통일운동이 거세게 일어났던 80년대 후반 노래운동 계열의 작곡가 윤민석이 만든 ‘서울에서 평양까지’(나중에 신형원이 녹음하기도 했다)는 경쾌한 행진곡 풍의 리듬에 맞춰 택시기사의 관점에서 통일을 노래한 80년대의 대표작이자 80년대 학생운동과 통일운동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그러나 분단의 비극을, 통일을 향한 강한 의지로 승화시킨 가장 위대한 작품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한국 대중음악의 비극적인 영웅 김민기가 오랜 침묵을 뚫고 90년대에 유일하게 발표한 노래 ‘철망 앞에서’가 될 것이다. 이 노래는 작년말 한국 록 음악의 젊은 기수 윤도현 밴드가 ‘한국 록 다시 부르기’라는 앨범을 통해 리메이크했으며, 이번 정상회담 국면에서 연일 방송을 통해 흘러 나왔다.
윤도현 밴드의 버전은 윤도현 밴드를 중심으로 김장훈, 김경호, 자우림, 박기영 등 당대를 대표하는 남녀 록 보컬들이 게스트로 참여해 만든 대작이다. 이 노래에서 지금의 시대를 이끌어가는 록의 대표선수들이 윤도현 밴드의 강렬하고 묵직한 템포를 바탕으로 팔색조처럼 다양한 보컬의 향기를 빛내고 있다.
그러나 이 버전은 어딘가 모르게 산만하다. ‘철망 앞에서’는 ‘내 맘에 흐르는 시냇물 미움의 골짜기로…’로 시작하는 한없이 여성적인 선율성과 ‘자 총을 내려. 두 손 마주잡고…’로 일갈하는 후렴부의 장엄함이 극적으로 대비되는 텍스트를 내재하고 있다. 윤도현 밴드와 그 동료들의 녹음은 오로지 젊음의 힘과 자유분방함만이 강조돼 집중성이 떨어진다.
이 노래의 오리지널 녹음 버전은 93년 김민기가 4장짜리 전집을 만들 때 두번째 음반에 실은 트랙이다. 베이스 바리톤인 김민기의 어눌하면서도 깊이 있는 목소리가 첫 주제를 고요하게 그러나 긴장감 있게 서술하면, 이어 여린 향기와 아스라한 여백을 지닌 장필순의 보컬이 두번째 전개 테마를 받는다. 그리고 ‘너를 사랑해’로 유명한 한동준이 카랑카랑하면서도 맑은, 약간의 샤우팅 보컬로 분위기를 극적으로 끌어올리고 세 사람의 화음이 단정하게 펼쳐진다.
김민기는 70년대에 ‘아침이슬’을 만들고 80년대엔 ‘봉우리’를 만들었으며 90년대엔 마침내 ‘철망 앞에서’에 도달했다. 진지한 메시지와 아름답고 고결한 선율이 조화된 이 걸작은 그러나 생각만큼 알려져 있지 않다. 자, 총을 손에서 놓는 대신 이 음반을 손에 쥐는 것은 어떨까?
<강 헌/ 대중음악평론가authodox@gnetworks.co.kr> 2000 년 07 월 06 일 (241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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