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을 꿰뚫는 안목
구름 걷힌 가을 하늘에 달이 못이 비치니
운권추공월인담(雲捲秋空月印潭)
차가운 빛이 끝이 없음을 누구와 더불어 이야기하랴
한광무제여수담(寒光無除與誰談)
하늘과 땅을 꿰뚫는 안목을 활짝 여니
활개투지통천안(豁開透地通天眼)
큰 도가 분명하여 참구할게 없도다.
대도분명불용참(大道分明不用參) -예장종경-
금강경에서 “일체의 성현들은 모두 무위법으로서 차별을 만들어 내었다.”
라는 구절에 종경 스님이 착어를 한 글이다.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성현들이 출현하여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갖가지의 가르침을 남겼다.
그 가르침들은 사람들의 수준과 근기를 따라 가지각색이다.
한결같지 않다. 다르다. 차별이 있다.
그러나 진실한 법은 그와 같이 차별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람들의 근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강경에서는
'한 가지의 무위법(無爲法)을 가지고 차별하게 가르쳤다'고 하였다.
무위법이란 큰 도다.
큰 도는 온갖 가르침에서 나열한 것처럼
6바라밀을 닦아야 된다거나, 4제 8정도를 닦아야 된다거나,
37조도품을 닦아야 된다거나, 기도를 하며 참선을 해야 된다거나
하는 조건이 없다. 참구함을 쓸 일이 없다. 공덕을 쌓을 것이 없다.
작은 도는 그와 같은 일이 필요하지만, 큰 도는 하늘과 땅을 꿰뚫는
눈만 뜨면 된다. 한 순간에 아는 일이다.
그래서 영가 스님의 증도가에서도
“부처가 되기 위해서 공을 쌓은들, 그것이 언제 이루어 질 것인가?”
라고 하였다.
그와 같은 높고 깊은 경지를 누구와 더불어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맑은 가을 날 내리던 비는 멎고 구름은 환하게 걷히었다.
마침 떠오른 보름달은 연못에 떨어져 있다. 공기는 차고 맑다.
큰 도는 본래 아무런 조작이 없어서
그 맑고 적정함을 조금만 그리자면 이러하다.
시절 인연을 따라 저절로 그러한 모습일 뿐이다.
그러나 이 정도의 운치라도 누구와 함께 더불어 말할 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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