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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름은 남자입니다.

무정애환 2011. 10. 21. 09:36

 

 

 

 나의 이름은 남자입니다

  

남자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식구들이 모두 모여 기다려도,

일이 있으면 늦어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이 생일날은 기억하지 못해도

친구와 한 약속은 어김없이 지켜야 하는

 

그런 사나이인 줄 알았습니다.


맛있는 찌개가 끓고 있어도

술자리에서  2차, 3차에 빠지면


시시하고 멋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가정의 소소한 즐거움보다

직장과 조직에서의 성공이

더 위대한 줄 알았습니다.


남자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야 진짜 남자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보니

나의 이름은 아버지였습니다.


자녀들이 애타게 기다리는 아버지였습니다.


머리 한 번 쓰다듬어 주길,

다정한 말 한번 건네주길 바라는 아버지였습니다.


마주 앉아 팔씨름도 하고,

자식의 친구들 이야기도 들어주고,


큰소리로 웃어주길 원하는 아버지였습니다.


우리,아이들이 부르면 언제던지 달려가

팔 벌려 안아주길 원하는


그런 아버지 였습니다.

그리고

 

 

나의 이름은 남편이었습니다.


퇴근하면 곧장 돌아와

든든히 자리를 지켜주길 바라는 남편이었습니다.

아내가 정성 들여 만든 반찬을 먹고,


바깥에서 있었던 일을 재밌게 이야기하며,


언제나 친구같이 다정하게

곁에 있어주길 바라는 남편이었습니다.


휴일이면 함께 산에도 오르고,

영화관에도 가고싶은 내 아내의 남편이었습니다.


내 고운 아내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바로 그 남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