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보다 / 추상 이철우
(낭송:고은하)
사람에 기대어 고독을 벗으려다
사람으로 더 고독해져 술을 마셨다
벌게 진 얼굴로 학원에 간 아들을 데리러 갔다
나 죽으면 남겨질 유일한 혈육 하나
그 녀석은 언제나 나를 살게 하는 햇살이지
왁자지껄~ 아들 녀석 여학생 여럿 함께 몰려 나온다
벌건 얼굴에 헝클어진 나를 보고 흠칫 놀라고는
못 본척 휙~지나가 버린다
신호등을 기다리며 퉁명스레 아들이 한마디 한다
“아빠 술 마시면 나 데리러 오지마”
짜식이, 아마도 여자 친구들에게 술 취한 아버지 모습이
좀 부끄러웠나 보다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섭섭한 마음에
여느 날과 다르게 집에 까지 말없이 걸어 갔다
그렇지만 뿌리치는 손은 꼭 잡고 걸었다
아버지는 그래야 하는 것이니까
오늘은 상갓집에 들렀다가
허망한 마음에 또 몇 잔의 술을 마셨다
변함없이 아들을 데리러 갔다
한설 찬바람에 온몸이 떨려 와도
형광등 불빛 밝은 복도에는 들어가지 아니 하였다
구석진 벽 한 귀퉁이에 오들 오들 떨며 기다렸다
가로등 불빛에 어린 쇼 윈도우에 한 남자가 보였다
인고에 문드러진 주름진 얼굴
사는게 아파 안주 없는 독한 술에 달빛을 휘저으며
고래 고래 악을 써다 가끔씩 쓰러져서 꺼이 꺼이 울곤 하던
어릴적 내 아버지.....!
따뜻한 말 한마디 못해 드려 가슴에 못이 된
아버지!
아버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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