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思慕)하는 세월(歲月)에게 / 허순성
(낭송 : 고은하)
나는 이제 늙어가니
당신에게는 쓸모, 없어갑니다
그래서는 아니지만
해소(咳嗽)기침 가득한 가슴을 활활 태워 온 당신이기에
오는 봄부터는
사랑한다는 말보다, 사모(思慕)하는 당신이라 하겠습니다
사랑.....
참으로, 쓰임도 많은 물건이었습니다
오랜세월 동서남북으로 나누기도, 앗기기도 하다 보니
오직, 간직만 하여 온 당신 몫은, 숭숭 구멍이 뚫려 버렸습니다
보고 싶다 하여 온들
얼른 이나 움직이지도 못하니 어쩌면 좋습니까
그러고 보니 당신은
내 젊어서의 심장 고동도 한번 못 들었군요
아니지요
나와는 입술도 한번 포개보지 아니한 걸.....
안개 낀 호젓한 숲길을 거닐은 건, 다행이면서도
아련한 꿈속에서만이어서, 두고두고 미안만 합니다
이렇게
단 한 번의 만남도 없이 늙어가는 사모(思慕)도 있군요
이제라도
황혼(黃昏)의 사춘기(思春期)를 돌려드릴 테니
이제라도 받으시겠는지요
연지, 곤지 마음으로 수줍어 오시겠는지요
점점
쓸모 줄어드는 당신의 당신이어갑니다
한겨울이라 하여도
당신 생각만 하면
당신 생각만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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