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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을 넘어서 / 명상음악

무정애환 2011. 11. 30. 11:19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 - 박노해



올곧게 뻗은 나무들보다는
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습니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보다는
휘청 굽이친 강줄기가 더 정답습니다
일직선으로 뚫린 바른 길 보다는
산따라 물따라 가는 길이 더 아름답습니다

곧은 길 끊어져 없다고 주저앉지 마십시오
돌아서지 마십시오 삶은 가는 것입니다
그래도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

곧은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빛나는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면 환해져 오는 길
서둘지 말고 가는 것입니다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생을 두고 끝까지 가는 것입니다





연잎의 지혜

빗방울이 연잎에 고이면
연잎은 한동안 물방울의 유동으로 일렁이다가
어느 만큼 고이면 수정처럼 투명한 물을
미련 없이 쏟아 버린다.

그 물이 아래 연잎에 떨어지면
거기에서 또 일렁이다가
도르르 연못으로 비워 버린다.

이런 광경을 무심히 지켜 보면서
"연잎은 자신이 감당할 만한 무게만큼 싣고 있다가
그 이상이 되면 비워 버리는구나" 하고
그 지혜에 감탄했었다.

그렇지 않고 욕심대로 받아들이면
마침내 잎이 찢기거나 줄기가 꺾이고 말 것이다.
세상 사는 이치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 법정스님 잠언집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