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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비는 영혼의 적막을 깨운다

무정애환 2012. 3. 21. 20:23

 


밤비는 영혼의 적막을 깨운다 
나보다 더 슬픈 이가 있나 보다
밤보다 더 어두운 얼굴로
몇 날을 지새우며 
자정의 창문에 달라붙어 울고 있다 
물레방아 철커덕 거리 듯
처마밑에 성긴 소리로 통곡하며
유리창 속에 갇혀    
잠들지 않는 고독을 두드린다 
캄캄한 긴장에 잠들 수 없는
나무와 숲을 우울히 적시고
호수와 강의 고요를 깨우며  
풀숲에 가녀린 들꽃을 때린다 
그림자 길게 누운 길 위에
가로등 불빛으로 빗줄기를 세워
오지 않는 그대를 향해
젖지 않는 울음을 토해내고 있다 
별도 달도 숨어버린 칠흑을
칼날 같은 빛으로 쪼개고
포효하는 짐승의 소리로
내 영혼의 울음을 대신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