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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노인의 고백 - 이해인

무정애환 2012. 4. 7. 22:12

 

 

어느 노인의 고백 - 이해인


 




          
          하루 종일
          창 밖을 내다보는 일이
          나의 일과가 되었습니다
          누가 오지 않아도
          창이 있어 고맙고
          하늘도 구름도
          바람도 벗이 됩니다
          내 지나온 날들을
          빨래처럼 꼭 짜서
          햇살에 널어두고 봅니다
          바람 속에 펄럭이는 
          희노애락이
          어느새 노을빛으로 
          물들어 있네요
          이왕이면
          외로움도 눈부시도록
          가끔은
          음악을 듣습니다
          이 세상을 떠나기 전
          내가 용서할 일도
          용서받을 일도 참 많지만
          너무 조바심하거나
          걱정하진 않기로 합니다
          죽음의 침묵은
          용서하고
          용서받은 거라고
          믿고 싶어요
          고요하고 고요하게
          하나의 노래처럼
          한 잎의 풀잎처럼
          사라질 수 있다면
          난 잊혀져도
          행복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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