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음악산책 ···♣/ ♬명상·글 음악♬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煩惱)는 별빛이라...

무정애환 2012. 6. 27. 20:09

 

 

 

 

 

 

 

 

 

 

 

" 승무 "란 흰 고깔을 쓰고, 장삼을 입고 추는 독무(獨舞)를 가리키는 말이다. 승무가 독무, 즉 혼자서 춤을 추는 것이라는 사실은 이 작품의 주제를 드러내는 데

 효과적으로 기여한다. 이 작품은 춤추는 사람의 내적 고뇌를 드러내려는 데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춤추는 사람은 젊은 여인이다.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 밤에 혼자서 춤을 추는 여인은 아마도 남다른 사연을 지니고 있는 듯하다. 무슨 사연이 있어 여승이 되었을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게도 한다.

 

시인은 '승무'를 단순한 무용의 의미보다는 세속의 번뇌를 극복하려는 종교적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음에 틀림없다.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라는 구절이 그것을 암시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작품에서 지상적 번뇌를 벗어나 천상적 해탈의 경지에 도달하기를 갈망하는 서정적 자아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즉, 승무를 통해 속세의 번뇌와 집착을 뛰어넘는 종교적 해탈의 경지를 갈망하는 것, 이것이 이 시의 주제의식이다. 시인은 이러한 주제의식을 형상화하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고전적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한 고전적 소재는 섬세한 언어를 통해 진가가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오동잎이 달빛을 받으며 떨어져 내리는 밤. 아무도 없는 빈 무대에 황촉 불을 켜 놓고 춤을 춘다. 그러므로 이 춤은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춤이 아니라, 자신의 번뇌를 떨쳐 버리려는 몸짓이며, 가없는 영혼의 세계를 향한 간절한 발돋움일 터이다.

'복사꽃 고운 뺨', '까만 눈동자' 같은 관능적인 아름다움이나 '두 볼에 흐르는 빛이 /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라는 표현을 보면, 이토록 젊고 아름다운 여인이 어찌하여 세속적인 영화(榮華)를 멀리하고 승려가 되지 않을 수 없었는가 하는 것이 궁금해진다. 그러나 이 시는 그 연유를 밝히지는 않는다. 구구한 설명이 필요없이 세속은 어차피 번뇌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바탕에 자리잡고 있다고 하겠다.

 

춤 동작은 그 번뇌를 떨쳐 버리려는 몸짓에 걸맞게 완급을 드러내 준다. 멎는 듯 움직이고 움직이는 듯 멎는 그 동작을 통해 우리는 고뇌를 이겨내려는 한 여승의 자기 정화의 몸부림을 보는 듯하다.

발은 이 번뇌의 땅을 디디고 있지만, 눈은 '먼 하늘 한 개 별빛'을 향해 있다.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는 표현이 드러내 주고 있는 바, 지상적·세속적인 번뇌를 통해 여승은 종교적·초월적으로 승화되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스물 여덟 번 울리는 범종 소리.
범종을 치는 것은 지옥의 중생들이 모두 고통에서 벗어나 불법의 장엄한 진리를 깨닫게 하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