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여심(山中女心) 산돌배 조성구
흔들리는 것은 가지인데 잎이 지고 있어요
마른 땅, 빈 고랑 찾아 잎은 채워지고
멀고 아득한 산의 언어들이 친구가 되는 밤이어요
아파도 숨낮춰 잠드는 나목들
각질이 벗겨지는 과목 중간쯤
묵은 신문지 펄럭이는 과원 울타리 너머
자꾸만 서쪽으로, 서쪽으로
별을 쫓아 시선은 모아지고
밤 물결 헤젓고 찾아온 산 멀미 ...
누군가를 이끌어 잡아놓고 떠나고픈 날
어느 곳, 먼 바람의 주인과
지금을 답습하는 또 하나의 주인 사이엔
계절내 씨앗이 분열(分裂)하여
이파리 떨어진 곳마다 그리움이 매달려 있어요
그, 그리움 내몰릴 때마다
슬며시 가보는 산그늘 꼭짓점엔
돌배나무 한그루 서 있어,
몸쓸 지루함을 산자락 밖으로 날 이끌어 내어요
지금은 가지가 흔들리고야 바람이 서둘러 와요
아린 목소리
들리는지 발 구르는 소리로
오늘은 북쪽에서 바람이 불어요
그 바람이 빠져나간 계곡엔
밤을 앞질러
인기척 끊긴 적막이 주인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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