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잡아 둘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 도종환
분명히 사랑한다고 믿었는데 사랑한다고 말한 그 사람도 없고 사랑도 없다
사랑이 어떻게 사라지고 만 것인지 골똘히 생각하는 시간에도 사랑하는 사람은 점점 멀어져 가고 사랑도 빛을 잃어 간다
시간 속에 영원히 살아 있는 것은 없으며 낡고 때 묻고 시들지 않는 것은 없다
세월의 달력 한 장을 찢으며 벌써 내가 이런 나이가 되다니, 하고 혼자 중얼거리는 날이 있다
얼핏 스치는 감출 수 없는 주름 하나를 바라보며 거울에서 눈을 돌리는 때가 있다
살면서 가장 잡을 수 없는 것 가운데 하나가 나 자신이었다
붙잡아 두지 못해 속절없이 바라보고 있어야 했던 것, 흘러가고 변해 가는 것을 그저 망연히 바라보고 있어야 했던 것이 바로 나 자신이었음을 늦게 깨닫는 날이 있다
시간도 사랑도 나뭇잎 하나도 어제의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늘 흐르고 쉼 없이 변하고 항상 떠나간다
이 초겨울 아침도, 첫눈도, 그대 사랑도 붙잡아 둘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세 월 / 도종환
여름 오면 겨울 잊고 가을 오면 여름 잊듯 그렇게 살라 한다.
정녕 이토록 잊을 수 없는데 씨앗 들면 꽃 지던 일 생각지 아니하듯 살면서 조금씩 잊는 것이라 한다.
여름 오면 기다리던 꽃 꼭 다시 핀다는 믿음을 구름은 자꾸 손 내저으며 그만두라 한다.
산다는 것은 조금씩 잊는 것이라 한다. 하루 한낮 개울가 돌 처럼 부대끼다 돌아오는 길
흔들리는 망초꽃 내 앞을 막아서며 잊었다 흔들리다 그렇게 살라 한다 흔들리다 잊었다 그렇게 살라 한다.
행복한 날이여 .. 주해리
'행복한 날이여'는 작곡자이면서 피아노 연주자인 김영균씨가 새롭게 작곡한 첼로 연주곡 모음이다.
잔잔하면서도 침묵하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저음의 감미로운 첼로 선율이 듣는 이를 기도와 명상의 분위기로 이끌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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