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땀방울 / 受天 김용오 (낭송_ 고은하)
저녁놀이 온다
이젠 잠 좀 자나 했는데
또 시작이라며
아버지인 땀방울이
잠들려 누운
자식들인 땀들을 깨운다.
아버지의 호통에 눈들을 비비며 살갗을 뚫고 나온
작은 이슬들 꽃으로 피나 했는데 이내 지니
아버지의 몸에선 콸콸 물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시집갈 때 변변한 것 하나 해주지 못한 딸년을 향한
미안함이 십 수 년이 되어 잊어버릴 법도 하건만
그때가 언제인데 그때 피었던 그 싸리꽃이
아직도 지지 않고 있었나 보다.
별이 오는 것도 모르고 담배 하나를 물어 밭두렁에
쭈그리고 앉아 탐스럽게 커가는 배추들을 보고
딸을 줘야겠다는흐믓함에 초승달로 뜬
아버지의 까만 눈동자엔 누이가
아버지를 부르며 울고 서 있다.
바다 건너 시집간 누이가
언제 왔는지.
★ Note
태양빛이 살을 녹이는 들녘에서 배추 몇 포기를 곰살 맞게 키워
시집간 딸년에게 줘야 겠다는 아버지의 이야기가 톨스토이의
바보 이반이듯 하여 딸년을 향해 애틋해 하는 그 마음을 적어보려
땀방울과 아버지의 무언의 대화를 나름대로 회자하여 시작해 본
노트였다. 이 마음이 모든 아버지들의 마음이 아닌가 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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