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삶의향기 ·····♣/감동·좋은글

휠체어를 미는 아이

무정애환 2011. 1. 2. 12:33

 
        조그만 봉제업을 운영하다가 저에 경영 능력 부족인지 아님,IMF의 한파 때문이었는지 사업을 정리하고 머리 아픈 생각들로 5개월 동안 두문불출 한채,집에만 있다가 무언가 새로운 변환점을 찾아보자는 의미로 공사 현장에서 막노동일 할 때 입니다. 불암 산 바로 밑에 있는 영구 임대주택인 주공 단지에서 재 도장공사를 하는 현장이었습니다. 이곳에 입주하여 있는 사람들은 장애 2급 이상이거나, 생활보호 대상자들이라고 합니다. 그런데도 주차장은 차고 넘쳐 차를 세울 곳이 없었습니다. 오후 일이 시작되고 중간 간식시간에 나는 아파트 난간에 서서 불암산 산등성의 빨갛게 타오른 단풍을 바라보면서 문득 한 시인의 시을 떠올리고 있었습니다. 시어중에 "오매 단풍들겠네" 라는 구절이 실감 있게 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무심코 14층 난간에서 현관 쪽을 내려다보았습니다. 거기에 머리가 하얗게 된 연로하신 장애인 한 분이 혼자 힘으로 어려운 훨체어를 타고 현관으로 진입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마침 그 곁으로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두 아이가 자전거의 패달을 열심히 밟으며 지나가다가 한 아이가 자전거를 멈추고 뛰어 내렸습니다. 그러자 함께 가던 아이도 자전거를 멈추었고, 먼저 내린 아이가 친구에게 자전거를 맡기고는 쏜살같이 휠체어를 타신 할아버지에게로 달려와 휠체어를 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그 장애인 할아버지는 밝은 얼굴로 뒤 돌아보며 무엇이라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자 아이도 따라 웃으며 열심히 휠체어를 미는 것입니다. 현관 지붕에 가려서 내 눈에는 더 이상 보이지 아니했지만, 한참만에 아이는 다시 친구 쪽으로 달려가 자전거를 다시 타고 패달을 밟기 시작했습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두 아이는 서로 경쟁이나 하듯 내닫는 것입니다. 나는 마음속으로 그 아이를 향하여 박수를 보냈습니다. === 옮겨온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