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로 살아가기 / 김홍표
말하자면 그는 낯선 곳과 익숙한 곳에 놓인 미로지 새벽 눈꽃으로 왔다가 이내 가버리는 시간 동면을 잊은 여인숙 나서면 된장국 비우지 못한 뱃속은 끓고 눈보라치는 가계부를 밟고 가는 바람이지 눈보라지 접시에 올리기 전 비늘을 벗는 갈고리의 한 마리 바닷고기 한 때는 희열을 차고 호기어린 날렵한 기억이었지만 30촉 순결한 불빛의 하얀 주검을 씹으며 이젠 그 주검을 조롱하는 조간신문을 씹으며 닳고 닳는 호도 열매지
말하자면 그는 아득한 천국보다는 내일 하루 더 살아있기를 비는 밧줄과 벼랑의 난간 먹빛 가슴의 기도지 망설임이지 돌아오는 길 피멍이 든 종소리 더엉 덩 귓결에 울고 보드라운 젖무덤에 누워보는 낯선 새벽 더딘 꿈 쥐고 잠든 아이를 달아나는 한 마리 고독한 늑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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