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소에게서 듣는다 / 혜천 김기상
2010년 11월 28일부터 시작된 구제역으로 2011년 01월 11일 현재까지 돼지 · 소 · 염소 · 사슴 등 140만여 마리의 가축을 땅에 묻어야만 했다
온순과 우직, 겸손과 순명, 인내와 희생의 대명사이자 우리 축산 농가의 재산목록 제1호인 소<牛>만 해도 11만여 마리
사상초유 전무후무한 일대 재앙이다
살처분(殺處分)을 앞둔 소들이 뚝뚝 눈물을 흘린다
그래도 갓난새끼만은 살려야 한다고 네 발로 감싸안고 내주질 않는다
늘 그랬듯이 커다란 눈을 끔벅끔벅 깜박이며 연방 말을 걸어 온다
마치 유언이라도 하려는 듯이
주인님 ! 오늘만은 사람이 미워요 가장 얄밉고 믿을 수 없는 게 사람인 것 같아요
저희를 위리안치(圍離安置) 가두어 두고 당신들 마음대로 했으면 이토록 모진 질병만은 막아 주었어야 하는 게 이닌가요 ?
저희야 어차피 사람에게 죽이어 멱혀질 운명이니 까짓것 이러나저러나 한 번 죽어지면 그만이지만
우리를 유일한 희망으로 살아온 축산 농가 어르신들의 처지가 심히 안타깝습니다
살처분되는 숱한 저희들의 육신으로 마구 더럽혀질 농토의 오염은 어쩌시렵니까 ?
앞으로 구제역의 몇 백 배, 아니 몇 천 배의 위력으로 다가올 지도 모를 광우병 · 광견병 · 조류독감...등 인수공통전염병(zoonosis)*의 내습에는 어떻게 대응하시렵니까 ?
이젠, 저희를 살처분하는 사람들이 죽어갈 차례입니다
그래도 소들은 주인으로 섬겨온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교훈으로 남겼다
"이러한 재앙들은 알량한 과학 .기술을 앞세워 기고만장 호기를 부리면서 순리를 거스르고 신(神)의 영역을 넘본 인간의 교만(驕慢)에 대한 대자연의 경고성 반격임을 깊이 깨달아 회개하셔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결코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요."
<2011. 01. 11>
<주(註)> 인수공통전염병(人獸共通傳染病) : 사람과 동물에게 공통으로 전염되는 질병
|
'♣。문학 삶의향기 ·····♣ > 감동·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리랑 흐르는 광야. (0) | 2011.01.29 |
---|---|
◈ 웃음 반 눈물 반 ◈ (0) | 2011.01.28 |
어머니 전상서. (0) | 2011.01.28 |
아름다운 세상의 향기 (0) | 2011.01.28 |
아픔없는 중년의사랑..... (0) | 2011.0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