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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 피리 간곳없고 ... 시인 / 미랑 이 수 정

무정애환 2011. 2. 22.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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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리피리 간곳없고 

            시인 / 미랑 이 수 정

     

                                  

    그땐 그야말로 푸른 오월

    보리 노릇노릇

    알알이 익어가던 보리피리

    황금의 들판이었죠!

    떠질 듯 무르익은 어머니 가슴이었죠.


    단발머리 까까머리

    옹기종기 모여앉아

    보리피리 풀피리

    다투어 불어제치던

    그 시절 그 소리

    양지 녘 언덕 울타리 너머 울러 퍼질 때

    바람 따라 보리이랑들 인사를 했죠.


    …….허나 이젠 모다 옛일.


    어머니의 젖줄 같으던 실개천은

    칙칙 키키 하여 차마 손도 담글 수 없고

    우리 누렁이 황소 즐겨 뜯던 풀밭은

    온통 회색의 시멘트 건물에 덮여버려

    저무는 땅거미 속 그림자처럼 드러누웠네.


    보리피리소리에 보리누름 일렁이던 들판

    황소울음 울리던 그 울타린 죄 어디 가고

    할머니 할아버지 추억 자리엔

    넓어진 신작로마다 흙먼지만 자옥이 남아

    보리피리 간 곳 없고 하늘만 희뿌옇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