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삶의향기 ·····♣/시인 김정래님 글

이 가을에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무정애환 2011. 10. 6. 19:38

 


이 가을에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봄 여름 겨울
이 세계절에 느끼지 못한 감정이
가을이 되면 왜 이리도
가슴 끝에서 부터 살아 나는지



나도 모르게
시작되는 마음의 방황
가을 긴 그림자 따라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다

 

 

우리 나라에서
제일 느린 기차를 타고
필름처럼 돌아가는 차창을 보며
꾸역꾸역 추억을 토해 내고

 

 
발길 가는대로 걷다가
배 고프고 목 마르면
국밥집 모퉁이에 앉아
탁배기 한 사발에 목을 축이고

 

 
미친듯이 달려 오는
해 그림자에 내 몸 맡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입 안에 동글동글 굴리며

 

 
이 가을에
눈물 나도록 서러운 이 가을에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가을 속으로 푹 빠지고 싶다

 

 

내 가을 길 떠나는 날 

고맙게도 비라도 내려 준다면

더 없이 좋으리라 

가을비에 흠뻑 젖을 수 있으니까.. 

 

 

 

 



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