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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ciela Susana - La Playa

무정애환 2011. 10. 10. 20:40



 

 


 


편지

강기원


나는 네게 글을 보내지 않았다

바다는 가장 난폭한 순간에 정지해
바위를 세우고
나는 외눈처럼 외로운 시간에
내 가장 깊숙한 뼈를 뽑아든다
검은 피 찍어 쓰는 뼈의 붓 한 자루

나의 필법은
일필휘지의 유려함이 아니라 눌변의 온 박음질
처음 재봉틀 앞에 앉았을 때
자꾸 우는 천 위에서 튕겨 나가던 바늘
그런 보법으로
내 살가죽에 한 땀 한 땀 새기는 쐐기문자

먼데 바다가 운다, 주름을 잡으며 운다
살가죽이 운다, 우그러진다
서툰 바늘 아래서 소리도 없이 울었다 천처럼
내출혈의 밤들
파지를 만들 듯 수 없는 나를 구겼다 버리며
가까스로 한 장의 편지를 완성한 날

네게 보낸건 글이 아니었다
파피루스보다  오래되고 얇아진
이미 설화가 된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