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삶의향기 ·····♣/이채 글모음방

문득 겨울여행을 떠나고 싶다

무정애환 2012. 1. 11. 11:55

   
  

 

        그 해 겨울이 떠나면서
        표피에 묻었던 외로움을
        적당히 쓸고 갔지만
        정작 지독한 것은 남겨 두었다
        떨어질 듯한 추위를 동여 매어
        가난한 가방에 싣고
        쓸쓸함이 지나는 나뭇가지 사이로
        하얀 눈발이 날리는
        어디쯤 내 여정을 만나
        그동안의 안부를 묻고
        그리운 사람이 스친 바람과
        악수라도 하고 싶은 날
        다시 겨울은 오고
        혼자 겨울 여행을 떠나고 싶다
        차창가에 기댄 사람의 외투에서
        그리움의 잔재가 스치고
        잊었던 사람의 체취가 묻어나는 순간
        아무도 모르는 외로움을 꺼내보며
        어디쯤 묻어 놓은 무엇을 찾아
        문을 열고 나서는 겨울 저 쪽에서
        찬 바람 포개진 외로움이
        열차에 실은 몸을 에워싸면
        발길 돌렸던 그 길
        그 날이 문득 아스라지 듯
        차창밖으로 쏜살같이 지나가고
        눈앞에서 추억이 함께 날리우겠지
        늘 그리운 사람에게
        가냘픈 몸을 맡기고
        마른 바람과 외로움을 섞으며
        어딘가에서 떨고 있을
        사랑이 숨 쉬던 그 날을 찾아
        혼자, 문득 그 해
        겨울 여행을 떠나고 싶다
        혼자 겨울 여행을 떠나고 싶다...
        이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