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양식은 책속에 있다.
내 일찍이
한 사람의 철학도였을 때
이 세상 너머에 절대적인 무엇이 있어
(혹은 있을 것만 같아)
나를 유혹하였다네
나의 존재 그곳으로 향해
부나비처럼 날아갔다네
청춘의 아픔, 불면으로 가슴을 태웠다네
절대적이며 또한
객관적인 진리를 찾아
사사로운 삶을 넘어서
이러저러한 우연적인 일들과
이어저러한 농담과 객기를 넘어서
마치 짜라투스라가 태양을 향해 걸어가듯이
허무의 중심에
도사리고 있을 불멸의 의미를 찾아
걸어갔다네, 마치 되돌아볼 줄 모르는 아이처럼.
세상의 사랑 나를 유혹하였네
세상의 일들 나에게 오라 손짓하였네
하지만 마치 빠져나올 수 없는 덫처럼 나는
다소 오만하게
다소 거만하게
절대적이며 객관적인,
일회적인 역사의 행진 그너머에 있는
어쩌지 못할 운명의 그림자
바라보았네, 짝사랑하는 사람처럼
오, 나의 영혼이여
영원불멸 꿈꾸지 말고
가능의 세계 다 소진하라
일찍이 핀다로스는 그렇게 말했다지
신의 얼굴 바라보는 것
슬픔뿐인지도 몰라
인생은 그저
봄이면 피고
가을이면 시드는
풀잎 같은 것일지도 몰라
그러나 절대적인 것 또한
유혹적이었네, 이브를 꾄 뱀의 눈처럼
어쩔 수 없는,
이룰 수 없는 슬픈 사랑처럼.
자진모리 - 서용석 대금산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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