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이 당신에게로 갑니다 / 사랑시 시후배월선
백 번, 천 번을 생각하고 생각해봐도
당신만큼 날 사랑하는 사람
세상에 또 없습니다, 나 또한 당신을
많이 사랑하지 않을까
반문하지 않아도 눈에 고이는
눈물이 말해주는 어둠 속 더 또렷해지는
내게 잘해주던
당신이 다가와 웃고 있습니다
밤새 쏟아 붓는 장맛비에
잠 못 들어도, 행여
당신도 잠 못 들어
날 깨우는 빗소리만 같아서
차라리 일어나 빛바랜 형광등을 켜고
책상에 엎드려 백지 한 장
깨알 같은 글자로 또박또박 평소에 차마
하지 못한 말
한 잔의 커피 대신, 가뭇 거리는
밤을 빌려, 빗방울을 빌려
여름 편지 적어봅니다
세찬 빗소리 담아 용기내어 썼지만
날이 새면 부끄러워 찢어버릴 것만 같은
어느새 편지도 빽빽해질 무렵이면
그럭저럭 당신을 건너
새벽을 부르며 별도 달도 없는
여름밤이 나를 떠나 <보고 싶다>
말하지 못한 가깝고도 멀기만 한
당신에게로 갑니다
유월의 마지막 날에 보내는 여름 편지
평생을 두고도
당신의 두근 거리는 심장에 남아
잊지 못할 예쁜 사랑 하나
먼 훗날에 여유로운 강가에서
들추어보아도 입가에 풀꽃 닮은
미소 머금어 떠오른다면 이유 없이
나는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