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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에 맞는 가을

무정애환 2012. 10. 17. 15:39

 

*&*중년에 맞는 가을 *&* 

 

어디쯤 왔을까?
가던 길 잠시 멈추고 뒤돌아 보지만
온 길 모르듯 갈 길도 알 수 없다

힘을 다하여 삶을 사랑했을까
마음을 다하여 오늘을 사랑했을까

낡은 지갑을 펼치면 반듯한
명함 하나 없고

어느 자리 어느 모임에서
내세울 이름도 없는 아쉬움으로
지금까지 무얼하고 살았을까 하는
후회는 또 왜 이렇게 많을가

그리움을 다하여 붙잡고 싶었던 사랑의 순간도
사랑을 다하여 매달리고 싶었던 욕망의 시간도
중년의 가을 앞에 서면
모두가 놓치고 싶지 않은 추억인데

그래 이제는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를
걱정하지 말자 아쉬움도 미련도
앨범속 그리움으로 간직하고

중년에 맞이하는 가을 앞에서는
그저 오늘이 있어 내일이 아름다우리라

그렇게 믿자
그렇게 믿어버리자
 

 

*&* 가을 남자, 가을 여자 *&*

 

가을이 오면
가을 여자는 혼자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하고,
가을 남자는 곁에 누군가가 있어주길 원한다.

가을 여자는 혼자 떠난 여행길에서
'여자의 인생'을 되돌아 보며
자신을 옥죄는 결박에서 벗어나
어디론가 깊숙이 숨겠노라 다짐하지만

그건 늘 꿈꾸는 일상의 희망사항 일 뿐
숨 죽였던 생명들이 소생하는 새벽이 오면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가는
첫차를 탄다.

가을 남자는
어느 후미진 골목 선술집에서
단풍 곱게 물든 어느해 가을
산기슭에 흘렸던 장미의 눈물을
기억하며 홀짝홀짝 술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