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사랑이 이 가을의 전설이고 싶습니다
길섶의 작은 들풀들 위에
이른 아침 살며시 내린 이슬을 따라
가을이 묻어 오고 있었습니다.
숨이 막혀오던 불볕 더위에 세상의
온갖 시름을 삼켜버리기라도 하듯
쏟아붓던 소나기와 귀가 먹먹하게 시끄러웠던 천둥번개에도
가을은 묻어 오고 있었습니다.
많은 시간을 견뎌내어 짧은 생을 살아서 일까
밤 낮을 가리지 않고 늦은 밤까지 목청높게
불러대는 가여운 매미소리에도
가을은 묻어 오고 있었습니다.
창문을 열어 놓고 잠이 들면 풀섶을 헤치고 온
이른 새벽녘의 서늘함 때문에 이불을
당겨 덮게 하는 짙푸른 새벽바람에도
가을은 묻어 오고 있었습니다.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아래 쏟아붓던
폭풍우에도 맨몸으로
무던히 견뎌낸 여름을 안아 감는
먼 바람에 실려오는 들풀냄새에서도
가을은 묻어 오고 있었습니다.
아직 다사르지 못한 뜨거움에
아쉬움 안고 가는 여름은
자꾸만 뒤돌아 보며 가는 걸음을 늦추지만
어느덧 저건너 고개 너머에서는
가을이 긴 그림자를 앞세우고 있었습니다.
계절마다 또 다른 영광이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여름이
무엇하나 수고 없이 얻어 지는 것이 없다는
깨달음의 지혜를 얻게 하시고,
서녘 하늘가에 붉게 물든 노을을 등지고
못내 아쉬움에 눈물 삼깁니다.
서편 고개 끝에서 여름은 마지막 목마름을 붉게 태우고
그 건너에는 긴 잠에서 깨어난 가을이
기지개를 켜며 부지런한 걸음으로
풍성하고 아름다운 길 동무로 나섰습니다.
파아란 가을 하늘가에 한들거리는 코스모스 몸짓 따라
익어가는 진실한 눈빛 하나에
아낌없이 나누어 풍성해진 가슴으로
서로 사랑하고 싶은 계절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이 가을엔 내 온 마음으로
그대를 만지고 싶습니다.
그대에게만 유일하게 반응하는
내 심장에 소리없이 찾아든 내 그리운 사랑,
아름답게 찾아오는 이 가을처럼 온전히
당신과 함께 하는 사랑의 화석이 되어
아름다운 이 가을의 전설이고 싶습니다.
-글쓴이 / 밀루유떼-
늘 건강, 사랑, 행복 가득한 매일 되시길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