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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들녘에 서서

무정애환 2013. 1. 11. 11:07

 

 

 

 

 

겨울 들녘에 서서

                오세영

사랑으로 괴로운 사람은
한번쯤
겨울 들녘에 가볼 일이다.
빈 공간의 충만,
아낌없이 주는 자의 기쁨이 거기 있다.
가을걷이가 끝난 논에
떨어진 낟알 몇 개.

이별을 슬퍼하는 사람은
한번쯤
겨울 들녘에 가볼 일이다.
지상의 만남을
하늘에서 영원케 하는 자의 안식이
거기 있다.
먼 별을 우러르는
둠벙의 눈빛.

그리움으로 아픈 사람은
한번쯤
겨울 들녘에 가볼 일이다.
너를 지킨다는 것은 곧 나를 지킨다는 것,
홀로 있음으로 오히려 더불에 있게 된 자의 성찰이
거기 있다.
빈들을 쓸쓸히 지키는 논둑의 저
허수아비.



오세영 시선집 『잠들지 못하는 건 사랑이다』 中에서


 

 

 


    The Jeff Healey Band - Blue Jean Blu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