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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풀이 구음 (이해하기) - 최진숙

무정애환 2013. 1. 14. 06:04

 



 

△☆ 구음살풀이 이해하기

한국 음악에서 구음(口音)이라고 하면, 글자 그대로 악기가 아닌 입으로 소리를 내서 가락을 이끌어 가는 것을 말한다. 구음을 일명 입타령이라고도 하는데 우리 음악에서는 구음이 유난히 두드러진다. 감정이 풍부한 민족이라 우리의 언어에는 형용사가 많다. 그런데 그 형용사로도 부족해서 북받치는 정서를 그저 흥얼거려 발산했던 것이다. 우리의 민요나 옛 시가를 보면 구음에 해당하는 허사(虛詞)가 부지기수이다. '닐리리야 닐리리야'의 후렴구를 가진 경기 민요 닐리리야는 물론이고,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라리요'의 강원도 아리랑, '어랑어랑 어허야'의 신고산 타령, '얼널널 상사디야'의 농부가 같은 민요들이 그러하며, '아으 다롱디리'의 정읍사와 '얄리얄리 얄라셩'의 청산별곡 같은 옛 가요들도 모두 그 같은 예이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구음이 없으면 노래가 안될 정도로 아무 뜻 없는 글자들을 낭송하는 구음법을 각별히 선호했음을 알 수 있다. 지금은 전통 음악을 교습할 때 대개 악보를 활용하지만, 조금만 시대를 소급해 올라가면 국악을 익힐 때는 거의 구음을 통해서 습득했다. 즉 스승이 제자에게 악곡을 전수할 때 스승은 육성으로 가락을 읊조려 간다. 그러면 제자는 스승의 육성, 즉 구음을 듣고 음정과 음표의 길이 혹은 그 악곡의 악상까지 체득하는 것이다. 거문고나 가야고는 '당, 동, 딩' 등의 ㄷ자 발음으로 구음을 했고, 피리나 단소 같은 관악기는 '나, 누, 니, 시루'처럼 주로 ㄴ자 항렬로 발성을 했다. 이처럼 구음을 활용한 악보를 육보(肉譜)라고 한다. 이는 다른 악보들과 함께 옛날 국악을 가르칠 때 요긴하게 쓰였던 음악의 전수 및 기록 방법이었다. 구음 살풀이란, 이름 그대로 구음으로 살풀이 장단의 가락을 노래해 가는 것을 뜻한다. 구음 살풀이의 선율은 시나위 합주에서 자주 들을 수 있듯이 주로 시나위 가락을 읊어 간다. 시나위 가락을 노래하는데도 이름이 구음 살풀이로 된 것은
그 음악의 장단이 주로 살풀이 장단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다. 
보다 정확한 명칭으로는 구음 살풀이보다 시나위 가락을 노래하는 음악이라는 뜻으로 
구음 시나위로 부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구음 살풀이는 살풀이 춤이나 동래 학춤 같은 민속 무용의 반주악으로도 많이 사용되며 
요즘은 순수한 감상용으로 방송을 통해 자주 들을 수 있다. 
슬픈 듯 싶은가 하면 잔잔히 어깨에 율동이 일고, 구수한 가락이다 싶은데 처절한 절규와도 같고, 
따뜻한 인간의 육성이다 싶은데 신비스런 피안의 소리와도 같은 음악, 
그것이 곧 구음 살풀이의 감흥이요 본질이다. 
몇 개의 관악기나, 혹은 은은한 징소리가 곁들여지는 구음 살풀이는 더욱 
우리의 영혼을 깊은 심연으로 빠져들게 하는데, 
그 오묘한 정서의 색깔과 감성의 농도는 말과 글로는 다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는 인간의 육성이라는 말이 있다. 
인간의 육성이 단출한 악기의 음색을 타고 아무 구애 없이 물 흐르듯 
흘러나는 구음 살풀이는 필경 인위적인 음악이되 음악이 아닌 그 이상의 감흥임이 분명하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가톨릭 성가의 숭고함을 설명하면서 언어의 한계를 적시한 적이 있다. 
경건한 감흥은 넘쳐나는데 언어의 표현에는 한계가 있을 때 
우리는 아무 의미 없는 발성만으로도 자연스럽게 그 넘치는 감흥을 표현해 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 좋은 예가 할렐루야라는 것이다. 
굳이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이 아니더라도 
언어가 인간의 감정을 적절히 나타내기에는 얼마나 가당찮은 도구인가를 우리는 수시로 체험한다. 
그래서 절실한 느낌 앞에서 우리는 언어적인 기도보다는 거의 본능적이다 
싶게 뜻글자가 아닌 감탄사만을 토해내게 마련이다. 
그러고 보면 구체적인 의미를 담지 않은 허사만을 발성해 가는 구음 살풀이야말로 
언어의 한계선을 출발점으로 하는 본능적이고도 순수한 인간 감성의 발현이라고 하겠다. 
음악은 그 형체도 본질도 구명하거나 증명할 수 없는 추상성을 지녔고, 
그 뿌리의 추상성은 신비감으로 이어져서 한층 아름다움을 더해 주게 마련이다. 
이처럼 사람의 소리는 소리이되 언어적인 구체성을 배제한 채, 
기묘한 음색의 발성이 빚어 내는 무한한 감흥과 최면으로 우리를 자욱한 안개밭의 
신비 속으로 몰아 넣는 음악, 
그것이 바로 구음 살풀이이다. 
사람의 육성을 바탕으로 했으니 지극히 인간적이요, 
민족의 흥과 멋이 흠뻑 담겼으니 가장 예술적이며, 
또한 무교적 혈통의 시나위 선율을 그 줄기로 하고 있으니 종교적이라고 할 수도 있는 구음 살풀이, 
한국인의 뛰어난 감성적 특질을 가장 적나라하고도 
가장 박진감 있게 표현한 열린 형식의 살아 있는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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