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삶의향기 ·····♣/영상 아름다운·고운시

고독한 나이

무정애환 2013. 2. 12. 19:27

      <고독한 나이>
           - 시 : 돌샘/이길옥 - 
      해거름 때 길게 늘어진 그림자를 앞세워
      지친 몸을 끌고 가는 어깨가 기운다.
      천근 발걸음이 자꾸 중심을 놓치고
      시큰거리는 무릎에서 삐걱 소리가 샌다.
      싱싱한 하루가 쇠진하면
      어둠에 묻히는 이치를 거역하지 못하듯
      팽팽한 젊음이 빠져나간 꺼풀이 쭈글쭈글해지고
      쭈글쭈글해진 껍질에 쌓인 주름 속에
      숨 가쁘게 달려온 인생이 고여 있다.
      고인 인생의 무게로 힘겨운 나이가 구겨지는 동안
      하루가 서서히 기울고 있다.
      어둠의 농도가 짙어지고
      발걸음은 가벼운 육신의 하중에도 휘청거리고
      그렇게 끌려가는 몸은 말이 없다.
      헐거워진 생의 무게가 어둠에 가라앉지 못하고
      둥둥 떠다니며 외로움을 뿜어낸다.
      삶의 한 페이지에 꽂혀 있던 젊음이
      찔끔찔끔 새 나가고
      그 자리를 메운 고독이 몸을 불리자
      어둠은 진한 먹물을 덧칠하고 있다.
      외로운 나이가 먹물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