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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모습 / 명상음악

무정애환 2013. 6. 7. 14:02







      빈 둥지 고요한 숲 나뭇가지 위에 둥지가 하나 있다 어느 여름날 나는 그곳으로 다가갔다 발소리를 죽이고 가시나무에 찔리지 않게 조심하면서 한낮에 잎사귀가 넓은 식물들 곁을 지나 아무도 몰래 나무 밑으로 접근했다 새는 그때가지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듯했다 언젠가 입은 상처로 나무둥치에 생긴 흉터자국에 한쪽 발을 걸치고 나는 나무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숨을 죽인 채 한낮의 고요 속에 마치 금지된 열매를 따려는 사람처럼 손을 뻗어 둥지 밑 나뭇가지를 붙잡았다 한쪽 발로는 몸의 균형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나는 나뭇가지를 붙잡은 손에 힘을 주어 둥지가 있는 곳까지 몸을 끌어당겼다 그리고는 고개를 빼고 재빨리 둥지 속을 들여다보았다 그것은 빈 둥지였다 류시화 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