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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강둑에 서서

무정애환 2014. 1. 10. 11:23

 

 

겨울 강둑에 서서

淸顯 류을혁

 

겨울 강을 본다.

유리관에 입관 했다

간밤에 먹구름 낮게 엎드려

번쩍번쩍 통곡을 하더니

벌써 뻣뻣하게 굳었다

살을 베어내 관을 만들어

스스로 갇혀 있다

 

하얀 솜으로 구멍이란 구멍은 다 틀어막고

스스로 염을 했다.

외로운 삶이었나

문상객도 없다

사자밥도 없다.

간혹 죽은 갈대의 앙상한 뼈에서

들리는 가느다란 흐느낌 뿐

 

살점을 싹둑싹둑

칼바람 매정하던 날

마을 어귀 장승밑에

옷 벗어 감싸고 또 감싸 끌어안고 얼어죽은

엄마의 품속에서 우는

아기의 철없는 울음소리가 들린다.

 

스스로 죽어

자기 살을 새끼에게 먹여 키우는

가시고기의 사랑을 본다.

무척이나 아팠으리라

그러나 마음은 따뜻했으리라.

사랑과 평화가 보인다.

꺾어진 내 고개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