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이 내리고 밤이 되자.
강물 위에는
얼음같은 하얀 달이 비치고
밤바람이 차갑게 불어오고 있다.
강변 벤치에
달빛 그림자를 뒤로 하고
한 젊은이가 목을 틀어 꺾고
꺼억꺼억 울고 앉아 있다.
소줏병이 옆에 놓인 걸 보니
몹씨 괴로운 일이 있는 모양이다.
조금 거리를 두고
조용히 그의 옆에 앉았다.
그가 나를 보더니 고개를 떨군 채,
울음섞인 목소리로
가느다랗게 노래를 불렀다.
.. 사랑하다 헤여지면 그만인 줄 알았는데,
헤여지고 남는 것은 눈물보다 정(情)이였네 .."
그가 고개를 들었을 때
그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 있었다.
그의 젖은 노래는
가늘게 계속 이어졌다.
.. 이제는 그 누구를 다시 사랑하더라도,
사랑보다 깊은 정은 두번 다시 주지 않으리 .."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않은 채 ,
밤하늘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별이 빛나고
강물소리가 담겨 있었다.
.. 미워하고 돌아서면 잊혀질 줄 알았는데,
이별 뒤에 남는 것은 미련보다 정이였네 .."
노래를 부르면서 그는 더 크게
꺼억꺼억.. 울었다.
그렇게 한참을 울더니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검은 눈빛이 그렇게
착하고 순해 보일 수가 없었다.
나는 그에게 조용히 말했다.
"여자는 눈물을 흘리지만,
남자는 흘리면 안돼, 삼켜야 해 .."
내가 벤치에서 일어서며
한마디를 더 보탰다.
"마음가짐(心性)은 봄날같이 부드럽게,
가을햇살처럼 밝은 생각을 가지면, 앞으로 더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있다네 .."
한참을 걸어오는데
노래소리가 가늘어지며 조용해 졌다.
뒤돌아 보니 ,
그 젊은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래그래 ,
이제 좀더 세월이 지나면
스스로 깨닫는 날이 올 것이다.
깊은 상처가 때로는
꽃이 되고 향기가 된다는 것을 ..
나도 그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별빛을 담은 강물은
더 크게 소리내어 흐르고
물 위를 불어오는 강바람이
헛기침 소리를 내며 이마를 툭치며 지나간다.
하늘이 부옇게
어둑어둑해 지는 걸 보니
함박눈이라도 펑펑
쏟아져내릴 모양이다.
유성(流星)이
꼬리를 길게 끌며
억겁(劫)의 세월을 안고
강물 속으로 들어가는게 보인다.
눈바람이 불어온다.
우우 ,
우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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