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삶의향기 ·····♣/감동·좋은글

깊은 상처가 때로는 꽃이 되고 향기가 된다 ..

무정애환 2014. 2. 14. 11:49

      
      어스름이 내리고 밤이 되자.
      강물 위에는 
      얼음같은 하얀 달이 비치고 
      밤바람이 차갑게 불어오고 있다.
      강변 벤치에 
      달빛 그림자를 뒤로 하고
      한 젊은이가 목을 틀어 꺾고 
      꺼억꺼억 울고 앉아 있다.
      소줏병이 옆에 놓인 걸 보니 
      몹씨 괴로운 일이 있는 모양이다.
      조금 거리를 두고 
      조용히 그의 옆에 앉았다.
      그가 나를 보더니 고개를 떨군 채, 
      울음섞인 목소리로 
      가느다랗게 노래를 불렀다.
      .. 사랑하다 헤여지면 그만인 줄 알았는데, 
         헤여지고 남는 것은 눈물보다 정(情)이였네 .."
      그가 고개를 들었을 때 
      그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 있었다.
      그의 젖은 노래는 
      가늘게 계속 이어졌다.
      .. 이제는 그 누구를 다시 사랑하더라도, 
        사랑보다 깊은 정은 두번 다시 주지 않으리 .."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않은 채 , 
      밤하늘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별이 빛나고 
      강물소리가 담겨 있었다.
      .. 미워하고 돌아서면 잊혀질 줄 알았는데, 
         이별 뒤에 남는 것은 미련보다 정이였네 .."
      노래를 부르면서 그는 더 크게
      꺼억꺼억.. 울었다.
      그렇게 한참을 울더니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검은 눈빛이 그렇게
      착하고 순해 보일 수가 없었다.
      나는 그에게 조용히 말했다.
      "여자는 눈물을 흘리지만, 
       남자는 흘리면 안돼, 삼켜야 해 .."
      내가 벤치에서 일어서며 
      한마디를 더 보탰다.
      "마음가짐(心性)은 봄날같이 부드럽게, 
       가을햇살처럼 밝은 생각을 가지면, 
      앞으로 더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있다네 .."
      한참을 걸어오는데
      노래소리가 가늘어지며 조용해 졌다.
      뒤돌아 보니 , 
      그 젊은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래그래 ,
      이제 좀더 세월이 지나면 
      스스로 깨닫는 날이 올 것이다.
      깊은 상처가 때로는 
      꽃이 되고 향기가 된다는 것을 .. 
      나도 그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별빛을 담은 강물은 
      더 크게 소리내어 흐르고
      물 위를 불어오는 강바람이 
      헛기침 소리를 내며 이마를 툭치며 지나간다.
      하늘이 부옇게
      어둑어둑해 지는 걸 보니
      함박눈이라도 펑펑
      쏟아져내릴 모양이다.
      유성(流星)이 
      꼬리를 길게 끌며
      억겁(劫)의 세월을 안고 
      강물 속으로 들어가는게 보인다.
      눈바람이 불어온다.
      우우 ,
      우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