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음악산책 ···♣/ ♬명상·글 음악♬

구음 시나위 / 김소희

무정애환 2011. 1. 17. 03:53

 

 

 

열두폭 한산 모시 치마에

명아주로 붉은 물들인 허리띠

질끈 둘러메고 먹감나무 비녀에

세발길이 흰 명주수건 끝 부여잡고

굿거리 장단 맞추워

꿀먹은 벙어리마을

바보 시인은 오늘밤

살풀이 춤을 추어보다.

 

수건끝 길게 끌어

올려 뻗는 손동작에

번개가 불꽃이라

쌓이는게 한숨이요

오늘밤 풀어야할 한스런

원한은 어데서 오는걸까

 

장단소리 밟아아가는

외씨버선 끝지락에

눈물방울 꽃으로 떨어진다.

 

꿀먹은 벙어리 마을에

바보 시인이 살풀이

춤을 삽살개 데리고 추워본다.

 

모든게 한으로 매듭풀어

하늘 오르는 동작과 몸짓으로 풀어야할

춤사위는 끝가는곳이 없구나.

 

긴밤새워 추워야할

한풀이 춤이라서 끌어오고

뻗어내는 가볍고 여린 몸동작에

더욱 힘을 보탠다.

여울로 흐르는 눈물이

꽃으로 적시는 명주수건.

 

꿀먹은 벙어리 바보시인은

삽살개 데리고

살풀이 춤을 춘다.

 
김소희 선생의 구음 시나위
시나위

전라도·충청도·경기도 남부의 무속음악에서 유래된 가락의 하나.
연주악기는 향피리·대금·해금·장고로 편성되며 불협화음을 내는 듯하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데 묘미가 있다.
시나위의 특성은 경기도·전라도 모두 판소리 또는 계면조가락과 비슷한 점을 들 수 있다.
장단은 거의 <살풀이장단>으로 이루어지며, 경기지방에서는 <도살풀이장단>, 전라도지방에서는 <살풀이>로 통한다.
도살풀이장단은 6박1각의 빠른 진양조로, 처음에는 느린 장단으로 시작되어 차츰 빠른 장단인 살풀이장단(4박)으로, 다음은 더욱 빠른 장단인 발버드레장단(몰이장단)으로 끝난다. 시나위 선율은 유동적이며 즉흥적이다. <시나위>의 어원에 대한 해설을 보면 양주동(梁柱東)은 외국음악인 당악(唐樂)에 대하여 향악(鄕樂)을 나타내는 것이라 하였고, 이탁(李鐸)은 (詞腦;신라시대의 노래)에서 온 말이라고 하였다. 이혜구(李惠求)는 외래음악인 정악(正樂)에 대한 토속음악, 또는 당악에 대한 향악이라고 하였다.

시나위는 원래 죽은 사람을 위한 굿판 음악의 하나이다.
여기에 저승으로 간 사람을 부르는 듯한 목소리가 더해지면 <구음시나위>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시나위 가락은 서러움을 그 주된 정조로 하고 있다. 즉흥 음악인 시나위는 일정한 장단의 틀 안에서 각각의 악기가 자유스럽게 자신의 선율을 연주한다. 장단이 풀리면 연주자들이 마음대로 자신의 선율을 가져가다가, 장고가 일정한 장단을 이끌면 조심스럽게 약속된 음악으로 통일시켜 나간다. 거문고가 앞으로 나오면 나머지 악기들이 뒤로 물러나고, 대금이 나오면 장고만이 그 선율을 따라가며 다른 길로 비켜나가지 않게 지켜준다. 그래서 우리는 시나위 음악의 두 축을 '자유'와 '조화'의 정신이라 일컫는 것이다.
이 음악은 아픈 이별을 노래하듯 중중모리의 슬픈 가락으로 시작되는데, 안숙선 명창의 구음은 그 처연함을 더해준다. 곡이 점차 진행되면서 가락은 슬픔을 딛고 신명으로 치달으며 자진모리로 넘어가고 그 여세를 몰아 흥겨운 열 박자의 엇모리와 네 박자의 동살풀이에 맞추어 새로운 가락을 연주하며 곡을 마감한다.
“안숙선 명창이 부른 인기드라마 <여인천하> 주제가 어렵게 구했습니다”라는 글이 인터넷 국악사이트에 올랐다. “뭐, 주제가라고? 안숙선이 불렀다고?” 궁금한 마음에 급히 클릭했더니, 거기에는 한 페이지 가득 “허어이~~어어으어어~~/어이~~~허어이~~어어으어어~~어어어/허이이 이이 이이이 허어이~~어이~~~.......”라고 쓰여 있었다. 순간 웃음이 나왔다. 생각해 보니 텔레비전에서 들어본 이 노래의 주제가 ‘가사’는 과연 이렇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어쩌면 국악 중에서 ‘구음시나위’라고 부리는 이런 종류의 성악을 ‘가사’로 접근한 최초의 시도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불현듯 들었다. 그렇다면 이 <여인천하>의 주제가는 ‘노래’일까? 성악가가 발음하는 ‘허어이~~어어으어어~~’는 ‘가사’일까? 국악에서는 이것을 구음이라고 한다. ‘인성’,‘voice arts’, ‘입소리’와도 뜻이 통하는 구음은 국악기를 배울때 악기에서 나오는 독특한 소리 특징을 목소리로 모방하여 연주와 함께 하는 일종의 교육 방법이다. 예를 들면 장구를 배울 때 ‘덩 더 쿵 더러러 쿵 기덕 쿵 덕’이라는 말을 장단에 맞게 입으로 반복하다 보면, 자연히 음악의 흐름이 몸에 배게 되고 실제 장구를 치는 기법까지도 익힐 수 있는 효율적인 교육 방법인 셈이다. 이 구름은 또 교육 차원에만 머무르지 않고, 독자적인 성악예술 장르를 형성하기도 했다. 성악가는 마치 ‘보이스 아티스트’처럼 자신의 목소리를 악기 삼아 솔리스트처럼 기악 연주에 합류하여 ‘연주’하는데, 이때 성악가는 별 뜻 없는 모음이나 자음을 자유롭게, 내키는 대로 붙여가며 자기가 ‘악기가 된 것처럼 노래’를 한다. 전형적인 틀, 원칙, 또는 가사에 얽매이지 않는 이 구음의 매력은 그 어떤 음악보다 전달력이 강하다는 점이다. 한참을 듣고 있노라면 구음이야말로 ‘음악가의 가슴에서 내 가슴으로 오는 최고의 감성음악’이라는 느낌이 든다. 음악가의 영감이 온몸을 휩싸는 느낌, 음악을 듣고 나면, 그와 부둥켜안고 실컷 울고 난 심정이 들게 하는 음악인 것이다. 구음시나위 중에서 안숙선의 《지음》 음반에 담긴 구음, 김소희 명창의 구음이 감상용으로 좋고, 좀더 원초적인 구음을 맛보려면 진도씻김굿이나 동해안별신굿 등의 무속음악 중에 들어 있는 구음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