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천 구음 시나위
소리, 징: 박병천
대금: 원장현
아쟁: 이태백
가야금: 안옥선
장구: 정화영
시나위는 원래 죽은 사람을 위한 굿판 음악의 하나입니다. 시나위 가락에 저승으로 간 사람을 부르는 듯한 목소리가 더해지면 "구음시나위"가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시나위 가락은 서러움을 그 주된 정조로 하고 있습니다. 즉흥 음악인 시나위는 일정한 장단의 틀 안에서 각각의 악기가 자유스럽게 자신의 선율을 연주합니다. 장단이 풀리면 연주자들이 마음대로 자신의 선율을 가져가다가, 장구가 일정한 장단을 이끌면, 조심스럽게 약속된 음악으로 통일시켜 나갑니다. 거문고가 앞으로 나오면 나머지 악기들이 뒤로 물러나고, 대금이 나오면 장구만이 그 선율을 따라가며 다른 길로 비켜나가지 않게 지켜줍니다. 그래서 우리는 시나위 음악의 두 축을 '자유'와 '조화'의 정신이라 일컫는 것입니다. 시나위 음악에는 지휘자가 없습니다. 음악의 시작과 끝 조차 없는 것이지요. 각 악기가 자신의 연주를 하고 다른 악기들은 또 한 연주로 서로를 지탱해 줍니다. 악보가 없는 것은 물론이구요.ㅎ
죽은 이를 위한 곡이기도 한 시나위 가락에 어우러진 안숙선 선생님의 구음소리는 눈물이 나오지 않을 수 없게 합니다. 이 음악은 아픈 이별을 노래하듯 중중모리의 슬픈 가락으로 시작되는데, 안숙선 명창의 구음은 그 처연함을 더해줍니다. 곡이 점차 진행되면서 가락은 슬픔을 딛고 신명으로 치달으며 자진모리로 넘어가고, 그 여세를 몰아 흥겨운 열 박자의 엇모리와 네 박자의 동살풀이에 맞추어, 새로운 가락을 연주하며 곡을 마감합니다.
구음 시나위 가락은, 神이 내린 세상 최고의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ㅎ 언젠가 내가 이승과 이별을 고해야 할 시간이 왔을 때, 아마도, 이 가락을 힘에 겨워 부르지 못하면, 가슴에 안고 갈듯 합니다~.
여인의 어깨위에 사랑의 혼령이 내려 앉는다
무명 하얀 천에 혼백을 고이 모시고
삼현육각이 받쳐내는 몸놀림에 혼백이 놀음한다
눈물로 단장한 춤사위에 혼백이 녹아 내린다
아~ 아~ 이승에서 못다 꾼 사랑일랑
살풀이 가락에 실어 놓아 두고 가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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