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삶의향기 ·····♣/영상 아름다운·고운시

빈속

무정애환 2011. 2. 7. 22:10

    <빈속> - 시 : 돌샘/이길옥 - 한낮을 뜨겁게 데우던 열기가 서서히 뒷걸음을 치지 시작하자 아침에 가까스로 달랜 허기가 다시 고개를 든다. 일터에서 밀려난 뒤 텅 빈 내장의 터널은 늘 찬바람의 놀이터였다. 어쩌다 친구의 염려로 기름기에 젖은 날은 심한 경련으로 멀미를 앓고 어쩌다 누룩찌꺼기로 오른 취기가 희망이 빠져나간 빈 껍질뿐인 푸석한 몰골을 보는 날은 심한 반란이 시작된다. 빈속에서 일어난 난동이 뱃가죽을 관통하여 뒤틀리더니 무릎의 힘을 빼앗는다. 맥 풀린 무릎에 휘청 빈혈이 내리는 순간 하늘색이 변하고 가물가물 사라지는 의식을 더듬는 손이 저무는 하늘을 휘젓고 있다. 빈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요동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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