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삶의향기 ·····♣/설화 박현희님 글

내 마음 허전하고 울적한 날엔

무정애환 2012. 1. 13. 09:55

 

 

 

내 마음 허전하고 울적한 날엔 / 雪花 박현희

 

왠지 모르게 아무런 까닭 없이

내 마음 허전하고 울적한 날엔

어디론가 한적한 곳으로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다.

남도 끝까지 이어진 완행열차에 몸을 싣고

차창 밖으로 넓게 펼쳐진 새하얀 은빛 설원을

가만히 턱 고인 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캄캄한 어둠의 터널을 지나고

불빛 야경이 화려한 도시도 지나

"다음은 종착역입니다.

잊으신 물건 없이 안녕히 돌아가십시오."라는

안내방송이 나올 때까지 끝없이 끝없이 달려도 좋겠다.

한참을 달리다 슬슬 허기가 밀려들면

만남과 이별이 교차하는 간이역에 잠깐 들러

따끈한 가락국수 한 사발로 허기를 달래며

허허한 내 마음마저도 달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해서 허전하고 울적한 마음이야

어찌 달랠 수 있으랴만

왠지 모를 고독과 허무가 소리 없이 밀려드는 날엔

그저 마음 가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나 혼자만의 멋과 낭만을 찾아

나그네처럼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