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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가 울 때

무정애환 2012. 11. 29. 00:19

 
 
 

 

 

 

 

 

 

 

 

 

 

억새가 울 때

           외외 이재옥
 

검은 바람결이 억새의 목을 감으니
처절하고 슬픈 추억의 그림자는
한 조각 꿈 속에서 흔들리누나

어느 때인가
너도 순정이 있어
마의태자 덧없는 삶에 같이 울었고
애꾸눈 왕의 죽음을 위로해
비명의 노래 오래도록 불렀지

산길에는
낙엽이 물집처럼 온통 부풀고
등산화에 부서지는 백 겹의 발자국 소리
노을에 녹아 붉게 퍼진다

어찌 보면 심각한 삶도
억새에 스치는 바람 같은 것
화전민의 배고픔 지천으로 피어
자인사의 웃음처럼 하얗게 해사하고

포근한 햇살 산 등만 비추니
골짜기를 휘도는 낭만은
아직도 외롭고 쓸쓸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