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삶의향기 ·····♣/설화 박현희님 글

우리 단둘이서만

무정애환 2011. 3. 15. 18:57

우리 단둘이서만 / 雪花 박현희

 

가끔은

아주 가끔은

그런 생각도 했었지요.

체면과 격식으로 포장한 위선의 가면을 쓴 채

온갖 탐욕과 이기가 넘쳐나는 요지경 세상에서

마치 도망치듯 담을 쌓고

아무도 없는 무인도여도 좋으니

그대와 나 단둘이서만 함께할 수 있다면

참 행복할 거란 엉뚱한 상상도 하곤 했지요.

 

온갖 세상 소리에 귀 닫고 눈도 멀고

서로가 서로에게

우주이고 전부가 될 수 있다면

아무런 거리낌도 부자연스러움도 없을 테니까요.

 

모두 부질없는 나의 욕심일까요.

헛된 망상일까요.

부질없는 욕심이든 헛된 망상이든

그 무엇이어도 괜찮아요.

그대와 나

우리 둘만인 세상에서

서로에게 우주이고 전부가 될 수 있다면

온갖 세상 소리에 귀 닫고 눈멀어도

그조차도 내겐 차라리 행복이라 여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