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삶의향기 ·····♣/시인 토담 박두열교수님

어머니/토담 박두열

무정애환 2011. 12. 13. 02:10

 


      어머니 
                   토담 박두열 
       
      초승달 담장 위로 올라
      감나무 새잎 사이 야윈 얼굴 내밀면
      어머니는 두 손으로 머리 곱게 쓸어 올리고
      까만 밤 별들 노니는 비로드 공단 치마
      붉은 띠 허리 질끈 동여매신다
      어머니의 어머니로 물려받은 
      정화수 한 그릇 
      금줄 둘러 버선 짝 붙여둔 장독위 
      정성 모아 올려놓고
      두 팔 높이 올려 
      합장하여 내려올 때 
      터줏대감 모셔다 
      마디마디 굳은 손 힘겹게 부비면서
      우리 대주 무병장수 
      먼 곳 자식 일신 편안 발원하니
      세월의 무게만큼 처친 눈 
      눈물 한 점 정성껏 모았다가
      정화수에 보태니 
      자식 사랑 넘쳐흘러
      초승달도 춤추며 일그러져 간다
      집 떠난 내 새끼 배 곯을까
      끼니마다 자식 그릇 아비보다 먼저 퍼서
      부뚜막 가장자리 정성스레 올려놓고
      조왕신께 머리 숙여 빌고 비신 어머니
      이른 새벽 찬 기운 온몸으로 받으시며 
      가난이 내 탓이랴 가난이 내 탓이랴 
      치맛자락 마른 눈물 긴 한숨 
      수 없이 되뇌며 
      평생에 이루지 못한 한이 서려
      지그시 감은 거적 눈 힘겹게 떠서 
      초승달 올려보며 합장 반 배 올릴 때 
      달빛 이슬 먹은 꽃잎 하나
      정성에 대답하듯 정화수에 내려앉아
      먼 곳 자식 잘 지낸다고
      안부 편지 대신 전한다 
      초하루인 새벽 
      칠순 넘긴 어머니 기도 
      여전히 변함 없었시니
      사후에 눈물잔 받칠까
      두려움만 밀려온다